어쩌다 이상한 세계에 와버리다
에너지가 올라왔습니다.
챌린지는 번아웃으로 무기력 친구를 기억도 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달라졌습니다.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원래 에너지를 되찾은 거겠지요.
마라톤 10K를 우연히 남편의 도움으로 1시간 반만에 완주합니다. 그리고 겁도 없이 하프 마라톤도 마찬가지로 지르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운동이 전혀 습관되어 있지 않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인 무대뽀 정신이 있었습니다.
하프 경기 준비를 위해 하루 전날, 처음으로 20K를 뛰고 경기 당일은 처음 출발부터 다리가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지금은 아파해준 다리가 고맙습니다. 이렇게 쌩무식이 어디있었을까요.
굳이프로젝트에서 공표한 게 있었기에, 다리는 진작 그만 가라하지만 파워워킹으로 20K를 걸었습니다. 아시죠. 아주머니들의 그 파워워킹.
이미지 따위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주합니다. 2시간 50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큰 이 난 것 같습니다. 이,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구나. 후회를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겪어보는 고통입니다. 앞으로 운동을 못하게 될까 겁이 납니다. 다리를 절단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와 진짜 운동 생초보였지요.
시간이 흘러, 운동 챌린지를 오픈하고 마라톤 클럽에도 가입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꼴지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큰 장점이 있었죠. 토요일 훈련 모임에는 그때부터 빠지지 않았습니다. 못해도 Go. 계속 혼자 뛰는 시간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드디어 2열 러닝 대열에 끼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끼고 싶었는지요. 저는 이렇게 마라톤이 삶의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아니,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자칭 '마라톤 대사'가 되었습니다. 마라톤 클럽에 모시고 온 분이 10분이 넘었지요.
삶이 힘들어질때면 지금도 나갑니다. 뛰고 오면 금새 다른 에너지로 바뀌어져 있기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아직 못 만났습니다.
사실, 달리기 속도가 빠르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번 풀마라톤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벌써 11월, 시즌오프일때였죠. 구석구석 찾아봤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잘 알려지지 않은 마라톤을 발견합니다. 후기도 별로 없지만, '올해 마무리를 풀코스로 하면 좋겠다'라는 아주 훌륭한 생각을 합니다.
준비는 한다고 했지만, 풀코스는 다른 세계였습니다. 초반에 흔히들 하는 오버페이스를 해주고, 20K도 안 되서 퍼집니다. 작은 대회라 사람들도 안 보이고, 길에 표시도 띠엄띠엄 있습니다. 그래도 또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걷습니다. 30K가 지났을 때는 정말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마치, 히스기야의 기도처럼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아팠던 골반의 통증이 사라집니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냥 펑펑 울었습니다. 그렇게 5시간 30분의 기록으로 골인. 역시 얼마나 고통을 느끼느냐에 따라 그 성취감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뿌듯했습니다.
뛰다보니, 2025년도가 어느새 다가옵니다. 매년 초에 쓰는 버킷리스트에 오현호 작가님을 통해 어렴풋이 들었던 철인3종 대회를 덜컥 적습니다. 멋있기도 하고 작년에 한 것처럼 그냥 하면 되니까요.
검색을 해보니, 시흥에서 8월달 경기가 있습니다. 6년 전에 배웠던 수영이지만, 그래도 제법 했었기에 자신이 있었고, 자전거도 지인분들과 대부도까지 갔다 왔던 경험이 있던지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완주는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러나 저는 올해 9월 경기에서, 물에 들어가자마자 3초 컷으로 CUT OFF를 맞이합니다. 손수 현수막을 준비해주신 철인 클럽 분들께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무엇보다 제 자신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떨어진다는 상상을 거의 해본 적이 없기에, 그 절망감이 생각보다 오래 갔고 깊었습니다.
정신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다라는 점, 연습량이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멘탈이 정말 강해야겠다라는 생각. 이렇게 실패는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이제 11월의 두 번의 경기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날씨가 겨울의 옷을 입을 줄 몰랐지만, 이것도 결국 멘탈로 이겨낸다는 것을 압니다. 또 떨어지면 어떻하지 라는 마음 깊숙이 두려움이 아직도 있지만, 이 또한 추억이자 도전으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도전은 실패의 반대말이 아니라, 가능성의 시작이다.
감사합니다.
함께 성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