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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May 12. 2023

엄마 마음은 어디서나 같아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7-

아내는 학부모 모임으로 향했다. 이번 모임은 그저 그런 평범한 모임이 아니다. 남한에서 엄마끼리만 모이는 비공개 모임에 가깝다. 다행히 딸의 성적이 좋아서 한 엄마한테 귀띔으로 초대받았다.


개성공단에 세워진 고등학교는 꽤 특별한데, 주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개성에 다니는 대기업 직장인을 위해서 회사들이 함께 출자하여 지은 사립 고등학교에 가깝다. 사실은 남한의 자녀만을 위해서 지은 고등학교이고 커리큘럼을 남한 입시에 맞춰 짰지만 학부모들은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자기 자녀가 북한이라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걸 원하는 부모는, 특히 엄마는 없었다. 주말부부를 하든 아니면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하면서까지 남한에서 공부를 시키려 했다. 그러다 보니 애초 계획보다 교실과 학생 자릿수가 남아돌게 됐다. 그 와중에 전문성 높은 교사진과 괜찮은 커리큘럼, 영어교육 품질과 시설은 평양 어느 학교보다 더 좋기 때문에 자녀를 둔 당의 간부 정도라면 탐나는 기회였다. 그래서 어느새인가 특별전형을 구실로 그들을 받게 됐고, 리 대리의 딸은 어려운 시험과 몇몇 운이 작용하여 입학할 수 있었다. (그 대신 교사진은 사상과 금기어, 불순한 행위에 대해서 세뇌될 정도로 교육받아야 했다.)


오늘 모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한 엄마들한테서 정보를 얻는 첫 기회인데, 이 모임에 얼마나 껴줄지를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편도 딸 입시를 챙겨줬으면 좋겠지만 본체 붙임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엄마인 자신만이라도 해야 했다.


'최대한 잘 보여야 돼.'


자기 딸이 남한 대학에 입학하면 좋겠다. 남한 회사에 취직했으면 좋겠고, 거기서 좋은 남자를 만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이곳 북한에서는 당이 언제 마음을 바꿔 모든 것을 앗아갈지를 모르겠다. 게임에 정신이 팔린 아들은 힘들지만 딸에게는 희망이 보인다. 잘 되면 가족 전부가 넘어갈 수 있고, 아니면 딸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 자신이 가진 소망은 그게 전부다.


"아영 엄마 오셨어요?"


들쑥날쑥 여러 생각이 나는 가운데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도착한 듯하다. 아내는 자신이 늦게 왔는지 조바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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