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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Jul 28. 2023

당과 노조의 자강두천 2편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13-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다. 반장은 오늘따라 라인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북측 전력공급이 불안정해 한차례 끊겼을 때 긴급전력공급장치가 없더라면 사고가 일어날 뻔하였고, 컨베이어 벨트에선 자꾸 잼이 걸려 드드득 소리를 내며 불규칙하게 멈추곤 했다. 업체에서 수리하러 와야겠지만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오려면 꼭 전날에 신고 및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질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이제 하루여서 양반이지 예전에는 일주일이나 걸려 난리가 났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에 현대자동차 라인을 세우려면 1차, 2차 필수 하청업체까지 다 같이 상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망할 정부는 관리상 어려움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대신 파주 쪽에 하청업체를 옮기는 방법으로 지원했지만, 수리업체가 1시간 이상 거리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됐다. 거기다 입국 허가까지 따지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젠장"


반장은 모니터에 뜬 현재까지 생산량을 쳐다봤다. 하루치 목표치의 80%밖에 못 채웠다. 이 흐름대로라면 90% 밖에 못 채우고 끝날 게 분명하다. 그러면 왜 못 채웠는지 여러 표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원인분석을 써야 하고 다음 주 20주 차 결과 리뷰 미팅 시에 간부한테 욕을 들어야 할 판이다. 하필 자기가 시프트일 때 이슈가 연속해서 벌어지는지 욕이 나왔다. 저번 주에도 생산량이 목표치를 못 맞춰서 이번 주는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반장님, 반장님"


무전기로 작업자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여기 와서 확인 좀 부탁드려요. 여기 라인에 문제가 생겼어요."


전 반장은 한숨을 쉬며 무전을 받는다.


"무슨 일이야? 잼 문제면 좀 기다려봐. 다시 굴러갈 거야."
"잼 문제는 아니고요. 하여튼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라인이 멈췄어요."

"하아...... 알았어. 기다려봐."


골치 아프다. 이래서 북한 놈은 쓸모가 없다. 가르쳐 준 것만 할 줄 알지(이 정도도 많이 나아진 거다.), 융통성이 전혀 없다. 여기서 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도무지 발전이라고는 없는 녀석들이다. 생산량을 90%는 커녕 85%에 맞출 수는 있을까? 반장은 이동하면서 머릿속으론 보고 이메일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렸다. 시간별로 목표치 대비 생산량이 얼마인지 그래프를 그리고, 몇 시 몇 분부터 몇 시 몇 분까지 정전 이슈가 있었고, 휴식 시간은 그래서 얼마나 앞당겼고, 잼은 하루 동안 몇 차례 발생했고. 또 뭐가 있더라? 끝나고 대동강 맥주나 마셔야겠다.


도착했을 때 작업자 몇 명이 설비 패널 앞에 모여서 이 버튼, 저 버튼을 조작하고 있었다.


"뭐가 문제인데?"


작업자들이 고개를 돌려 전 반장을 바라봤다. 성질머리라면 한가닥 하는 전 반장이 오늘은 성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 알 수 없는 에러 메시지가 나오면서 라인이 멈췄어요. 다시 리셋하고 시작하려고 해도 에러메시지가 반복돼요."


반장은 에러메시지를 살펴봤다. 익숙하지 않은 메시지지만 대충 예측이 갔다. 아까 정전이 일어나면서 시스템이 꼬다. 이러면 시스템 리셋 정도가 아니라 라인 가동 자체를 재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작업자가 리딩작업을 하고 안정화까지 해서 1시간은 족히 소비되고 오늘 작업시간을 지난. 한마디로 오늘은 망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망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자."

"넵. 그럼 라인 정리 하겠습니다."

 

작업자들이 즐거워 보였다. 얄미운 새끼들. 나는 다음 주에 욕을 먹는단 말이야.


"무슨 일이오? 일 안 하고 무슨 말장난들 하고 계시오?"


돌아서보니 생산총괄부장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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