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이작도 10화

타인

by 차거운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말리나를 읽다가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시구를 떠올리다가

내 안에 있는 수많은 타자를

생각한다 정인이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 땅의 노동자를 생각한다

세상에는 미늘이 달린

낚싯대가 많기도 하구나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체스판이 있다 함정처럼 입을 벌인

크레바스가 도처에 있다

그럼 판도라여

마지막 남은 상자 속의

희망을 놓아주렴


그대여 지금 우리가 이렇게 조우한

이 순간 너는 나의 적인가 아니면

나의 사랑하는 이웃인가

피아식별을 위한 암호가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그대를

바라보고 있네

천재일우의 시간은 째깍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오 겨울에 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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