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이작도 12화

노인

by 차거운

기억한다 나의 심장은

살아남은 자와 가라앉은 자가 갈라서는 그 순간들

흥남의 철수하는 배에서

떠나는 배를 바라보던 부두에서

그리고 사이공에서

보트피플로 떠돌던 그 바다에서

지중해의 침몰하는 이민선에서 까만 눈동자

등대처럼 깜빡거리던

카불에서 군 수송기에 빽빽하게 들어찬

아프간들의 한숨 속에서

그렇게 오래 나는 살아남았다


너희는 땅에서 고통을 겪으리라

사랑으로 대지를 갈아엎지 않는 한


아침이면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풀꽃의 생을 기억하지 않는 한

오래 부끄러우리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속에서

백발의 노인은 눈물의 천사를 본다


너희에게 희망을 유산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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