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이작도 14화

용서받지 못한 자

by 차거운

노란 은행잎이 팽그르르 돌며 떨어지는

시월의 어느 북한산 골짜기엔

오갈 든 단풍잎이 마르며 구르고 있다


누가 역사 앞에서 참회했던가

누가 용서할 수 있을까


이미 뚫려버린 린심장에서 솟구치는 피

이미 슬픔에 눈먼 사람들의 기억 앞에


죽음의 천사가 낫을 휘두르고

잘 익은 곡식처럼 사람의 아들들 쓰러질 때


죽음 앞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들은

저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리리


아무도 그에게 카론의 배를 타고 건널

애도의 노잣돈을 줄 수 없기에


나의 아들 사도여, 많이 아팠느냐

배고팠느냐 두려웠느냐


리어 왕처럼 나도 이 가을 쓸쓸하구나

나를 용서해 다오 이젠 이젠 잠들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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