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이 팽그르르 돌며 떨어지는
시월의 어느 북한산 골짜기엔
오갈 든 단풍잎이 마르며 구르고 있다
누가 역사 앞에서 참회했던가
누가 용서할 수 있을까
이미 뚫려버린 린심장에서 솟구치는 피
이미 슬픔에 눈먼 사람들의 기억 앞에
죽음의 천사가 낫을 휘두르고
잘 익은 곡식처럼 사람의 아들들 쓰러질 때
죽음 앞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들은
저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리리
아무도 그에게 카론의 배를 타고 건널
애도의 노잣돈을 줄 수 없기에
나의 아들 사도여, 많이 아팠느냐
배고팠느냐 두려웠느냐
리어 왕처럼 나도 이 가을 쓸쓸하구나
나를 용서해 다오 이젠 이젠 잠들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