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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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던 그 시간들. 기억이 파편처럼 떠올랐다.
어느 순간 나는 몸을 벗어나 있었다.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숲이 우거진 곳에 철길이 있었다. 나 혼자 탄 열차가 그 숲을 빠르게 통과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최신식 현대 건물들이 즐비했다. 그 사이사이에 중세풍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들도 섞여 있었다. 처음 보는 건물들이었지만 견고해 보였고, 도시 전체가 첨단 기술로 완벽하게 설계된 것 같았다.
'저런 곳에서 살아도 좋겠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기차는 더욱 속도를 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건물들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투시 능력이 생긴 것처럼. 한두 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모든 건물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아름답고 완벽한 도시에 사람이 없었다. 새 건물들이 텅 비어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열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속도가 너무 빨라지자 몸의 감각이 사라져갔다.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과거의 전원 마을이 보였다가, 원시인의 동굴부터 미래 도시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겹쳐 보이기도 하고 순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꿈이다. 환상이야.'
기차는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역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던 속도도 엄청 빨랐는데, 되돌아가는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동이 심했다. 마치 창문 없는 쾌속 열차를 타는 것 같았다. 몸에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졌다.
몸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났다.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 나갈 시간이야!"
수많은 도시와 마을을 지나쳐 어두운 우주 같은 터널로 빨려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더 이상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 가면 안 돼. 못 돌아올 수도 있어."
내 깊은 무의식이 경고하는 것 같았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나는 깨어났다. 깨어나보니 중환자실에서 마침 관찰 병실로 옮기려고 의료진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멀리 꿈 속 철길에서 되돌아온 나는, 이제 다시 얕은 숨을 쉬고 있었다. 한 번, 또 한 번씩 조심스럽게.
의식이 깨어나자마자 속이 울렁 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런 현상은 수술 후 계속되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숨을 편히 쉬고 싶었다. 얕은 숨을 헐떡이며 천장을 바라봤다. 숨쉬기가 어렵다고 의료진에게 영어로 이야기했다. 내 얘기를 듣는지 마는지 침대를 끌고 복도를 지나며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
전력질주를 하고 숨이 가뿐데 깊은 숨을 쉴수가 없어서 힘든 상황과 비슷했다. 심장이 거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몇 톤의 무게를 가슴위에다 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생존호흡을 하는 것보다 숨쉬가가 더 힘들었다.
그리고 또 기절하듯 꿈속으로 또는 환각속으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