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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한 베트남 병원

by sleepingwisdom

처음 마주한 베트남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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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이미 환자로 가득했다.

침대와 들것이 빽빽하게 놓여 있고, 커튼도 없이 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공간은 비좁고 숨이 막힐 정도였다.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 간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 가족들이 외치는 목소리들이 뒤섞여 마치 시장통 같았다.



이곳은 오토바이를 타는 나라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골절사고가 흔하다.

응급실에는 나와 비슷한 골절 환자들이 많아 보였다.

모두 거의 움직임이 둔했지만, 나보다 심각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간간이 소리가 났지만 신음소리는 나만 내고 있었다.




병원 시설은 더 놀라웠다.

한국의 일반적인 시골병원 보다도 못해 보였다.

벽은 오래되어 얼룩졌고, 천장에서는 먼지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내가 알던 병원이 느낌은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이 낡고 허술했다.

창고를 급히 개조해 만든 병원처럼 보였다.




나는 그곳에 누워 있으면서도 이곳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자 수는 끝이 없어 보였다.

아침부터 이곳에 실려 온 환자들이 이미 50명도 넘는 듯했다.

간신히 들것에 누워 있었지만, 순서를 기다리다가는 정말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몸은 서서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베트남어를 사용하는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다가와 무언가를 물어보는 듯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의 말은 나에게는 소음일 뿐이었다.

나 역시 영어로 통증의 심각성을 말해보려 했지만, 그들은 영어를 못했다.

상황은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한 간호사가 내 상태를 살피더니 옆으로 손짓하며 다른 쪽으로 들것을 밀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밀려왔다.

통증은 한결같이 나를 괴롭히며 온몸을 짓눌렀다.

침대에 누워 있지만 조금도 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숨조차 가빠졌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시도했지만, 고통이 너무 커서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이 공간은 나를 더 큰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한 번, 두 번...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했다.

베트남 낫짱의 응급실 침대 위에서 나는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다.

파도에 휩쓸린 지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나는 평범한 관광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의료진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희망을 찾기는 어려웠다.

외국인인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내 곁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고, 나를 둘러싼 공간은 차갑고 위태로웠다.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나도 모르게 내 뇌에게 스스로 말을 걸고 있었다.

도저히 살아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번개처럼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여기 베트남에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 바로 낫짱에 거주하고 있었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서 바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어디선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신기하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른 새벽 시간이라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사업을 하시느라 출장을 자주 다니시기에 낫짱에 없을 가능성도 많다.

일년에 반 이상은 타국이나 한국에 강의도 하러 오시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만약 이 분이 이 곳에 계신다면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다.




전화기를 찾아야 했다.

마치 머릿속 어딘가에서 신호가 오는 듯, 가방 속에 넣어둔 점퍼 주머니가 떠올랐다.

그 안에 핸드폰이 있었다.

그것만 찾으면 연락을 할 수 있었다.

해변가에서 이 소지품을 챙기지 않았더라면 시체로 응급실에서 발견되었을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한국 아주머니의 작은 친절이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그 분은 그 순간에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임에 틀림없다.

간호사들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마이 백, 플리즈! 마이 백!"




나의 다급한 외침에 마침내 누군가 반응했다.

영어를 조금 이해하는 사람이 내 가방을 들어 올렸다.

"플리즈 오픈! 오픈 더 포켓!"

나는 그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렇게 간신히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오른쪽 어깨가 부러져 왼손밖에 쓸 수 없었기에, 전화기를 잡고 번호를 검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구매해서 사용하는 베트남 유심카드는 데이터만 가능했기에 통화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은 카톡 전화였다.

사실 그 지인과는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일을 부탁할 만큼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여보세요?"



피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막 잠에서 깬 듯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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