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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조각 3개, 대동맥을 찢다

"살아날 확률 30%, 그것도 많다"

by sleepingwisdom


"여기서는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돼."

그가 내게 말했다. 베트남의 병원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는 거침없이 나섰다. 한국에서는 무례하게 보일 행동들이 여기서는 내 생명을 살린 기술이었던 셈이다.


그의 말이 백 번 옳았다. 그의 다급한 요청과 전투력은 곧 효과를 보았다. 그는 병원과 거래하는 납품업체 사장까지 연락했다. 그 사장이 병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응급 상황이니 의사를 빨리 출근시키라고 병원에 재촉했다.




납품업체 사장이자 병원장과 가까운 지인이 동행해 준 덕분에 나는 CT 촬영과 초음파 검사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내부에 피가 고여 장기가 잘 안 보일 정도라고 했다. 내부 출혈이 심각한 상태라서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할 상태였다. 수술 동의를 나에게 받고 있었다.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느낌으로 주변 분위기로 봐서 그 심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당혹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선택지가 없었기에 수술하겠다고 했다. 지푸라기를 잡기라도 하는 심정이었다.




그들이 베트남어로 나눈 대화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표정만 봐도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지인이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애기 엄마에게 연락해야겠어요.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요."

나는 머뭇거렸다.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내게 전화기를 건네며 말했다.



"빨리 연락해요. 이건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나는 그에게 전화기를 건네고 아내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은 말이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베트남으로 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내를 안심시키려고 50%라고 지인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의사는 솔직했다. "거의 가망이 없습니다. 수술을 해봐야 알겠지만 30% 정도도 안 됩니다." 출혈이 심하여 빨리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이미 많이 늦은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수술 직전에 나의 상태를 알 수가 없었다.

지인과 의사가 나눈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나중에 전해들었을 뿐이다.

그만큼 나의 상태는 위중한 상태였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고 병원에 오기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린 것 같은데 심하게 대동맥이 두 군데나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요추 3번 뼈가 부러지면서 그 중 3개의 조각이 척추 앞쪽을 타고 흐르는 대동맥을 찌르고 그 대동맥에서 계속해서 출혈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속 의식이 흐려지고 기절을 반복했던 것이다. 다행히 뼈가 골절되면서 생긴 극심한 통증이 흐릿해지는 의식을 깨운 것이었다. 기절과 깨어남의 반복으로 병원까지 왔지만 살아날 희망이 희박했다.


희망은 없지만 의사도 이대로 죽느니 한 번 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보통 9시에 출근을 하지만 한두 시간 빠르게 출근한 몇몇 의사들과 촬영기사들이 내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빠르게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그가 말했다.

"마음 단단히 먹어요 잉"



전라도 사투리가 강하게 밴 말투였다.



그의 표정이 걱정으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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