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고 반복되는 꿈
징조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1년 전의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글을 쓸 당시엔 내게는 아무런 징조가 없었다고 믿었다. 지인의 꿈에 등장한, 열 명의 남자도 들 수 없는 큰 탁자가 도난당한 사건
—나는 그것을 내 생명이 사라지는 은유로 읽었고, 그 탁자를 되찾을 책임이 있는 이는 아마도 꿈을 꾼 그 지인일 거라고, 혼자서 그 꿈의 구조를 해석해냈다.
사실을 전하던 직원은 마치 객관적인 관찰자였고, 그 꿈은 분명 예지몽이었다. 단지 내 현실 속에선 다른 형식으로, 즉 사고라는 방식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그 무렵 나는 어떤 꿈도 꾸지 않았다. 어떤 불길한 예감도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탈고를 앞두고 원고를 다시 읽으며 문장들을 더듬어가던 중, 불현듯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잊고 있던, 그러나 분명했던 징조 하나가.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저녁이었다. 해가 서쪽 수평선으로 기울어가는 시간, 나는 나짱 해변에서 마지막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해변 중간쯤의 그 지점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가 뒤섞인 평온한 오후였다.
그때였다.
한 노부부가 갑작스러운 파도에 휩쓸려 바다 안쪽으로 넘어졌다. 찰나의 일이었다. 두 사람은 놀라 허둥지둥 물 밖으로 나왔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얼굴과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두 분 모두 안경을 잃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괜찮으세요?"
나는 다가가 물었고, 주변의 해수욕객들과 함께 안경을 찾아드리기 위해 수색에 나섰다. 파도가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모래사장을 뒤지며, 우리는 남성분의 안경은 가까스로 찾아냈다. 하지만 여성분의 것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바다가 삼켜버린 것이었다. 그 일은 곧 잠시의 에피소드로 흘러갔다.
해가 완전히 기울어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든 저녁 무렵, 호텔 근처의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섰을 때였다. 나는 그 부부를 다시 마주쳤다. 이 넓은 해변과 복잡한 시가지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 안경 찾아주신 분!"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남성분은 샌드위치를 포장하며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파도가 끝나는 지점에 서 있지 마요. 위험해요. 나도 한 바퀴 굴렀어요."
그의 목소리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경고처럼.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저 본인의 사고 경험에서 나온 친절한 조언 정도로 여겼다. 그것이 내게 직접 닿는, 절박한 메시지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하고는, 그 말을 귓전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의 모든 것이 하나의 완벽한 징조였다. 갑작스럽게 넘어진 부부, 바다에 삼켜진 안경, 그리고 그 넓은 도시에서의 재회. 무엇보다 그 남성이 건넨 마지막 말—"파도가 끝나는 지점에 서 있지 마요"—그것은 분명 내게 전해진 마지막 경고였다.
그 부부를 다시 만난 것도, 그 파도가 바로 내게 닥칠 운명이라는 것도, 그 모든 신호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자신만만하고 둔감하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 하루를 흘려보냈다. 내가 미세한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7. 다시 그곳에 선 나
또 그 꿈이다.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생생함, 이 절망적인 현실감. 꿈인 줄 알면서도 온몸이 떨린다.
왜 계속 이곳으로 돌아오는 걸까? 사고가 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병원에서 퇴원했는데도. 의사는 괜찮다고 했는데도.
파도가 내 몸을 부수는 순간,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아, 이게 바로 그때구나.' 마치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하지만 고통만큼은 매번 새롭다.
꿈인데도 왜 이렇게 아픈 걸까? 현실에서 다쳤던 바로 그 부위들이 똑같이 욱신거린다. 뇌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내 영혼이 아직도 그 바다에 갇혀 있는 건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정말로 그때 죽었던 건 아닐까? 지금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 이 모든 게 환상인 건 아닐까?
허공에 손을 뻗었다.
또.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체념하고... 마치 정해진 각본을 따라가는 배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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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 무엇을 붙잡으려는 걸까?'
생명?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더 깊은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놓치고 길을 잃었을 때의 그 절박함 같은.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나 혼자. 이 고독감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무섭다.
'정말 아무도 없구나.'
내가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혼자 죽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내 마지막을 지켜보지 않는 것이었다. 가족들에게 마지막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베트남 바다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것.
손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이것이 내 운명인가?'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기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그런 복잡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