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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by 찬란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아이와 손을 잡고

길거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첫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내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지난하고 힘들었던 싸움을 버텨내는 과정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라는 연재는

처음부터 단 한 명을 위해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제 회사 후배 한 명이

사내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날 결심했습니다.


그녀 한 사람을 위해 24편의 글을 쓰기로.


힘들어 할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대신하기 위해서

나의 지난 기록들을

하나 하나 정리했습니다.



회사는

최종 판결이 난 후

지금까지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여전히 공장에서 근무 중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회사에서 안 잘렸으니 무죄인거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맞이해

하루하루 단단하게 잘 아문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처는 남았지만,

그 위에 새살이 돋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든 일을 멋지게 극복해 내면

다시 또 행복해 질 수 있더라고요.


제 사건은 법적으로는 끝났지만,

아직 저에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느낍니다.


그 사명감은 이제 제 가슴 깊숙이 박혀,

저라는 존재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멈추지 않고 쓰겠습니다.

더 크게 떠들어대겠습니다.


이번 연재에서 제 이야기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다음 연재에서는 좀 더 가볍게,


“용기에도 기술이 필요해“

- 잘 싸우는 사람이 되는 법


을 주제로

더 많은 정보와 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써나가려고 합니다.


변호사 잘 고르는 법,

경찰조사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마음이 아플때 뭘 먹었는지,

이런 것들이요.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시고, 구독해주시고,

후원해 주시고, 댓글을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신이 동행해 주셨기에

이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낸 작은 용기가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썼습니다.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신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찬란 드림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하시는 분들께*

이 시리즈는 실제 사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1화부터 읽으시길 권합니다.

1화부터 읽기: https://brunch.co.kr/@laylagrac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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