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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1차원으로 바라보기; 광안대교, 노을

"김치찌개"

by 그리울너머 Mar 11. 2025


밀려오는 파도가 부서지고 다시 흔적을 남기듯, 지나간 계절도 그렇게 흩어졌다. 그럼에도 파도는 계속 몰아치니까 파도 속으로 숨어 버렸다.


 일 년에 한 번은 부산을 찾았습니다. 의미를 부여하기엔 평범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번 다른 공기와 기분이 특별하게 해 줍니다. 광안대교를 지나며 노을을 봤습니다. 그 사람은 노을이 좋다고 했습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그 사람은 특이하게도, 평범한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익숙한 것도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몰아치는 파도의 변화를 알아야겠습니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날은 숨어 버릴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김치찌개의 맛도, 부산의 바다 냄새도, 해 질 녘의 공기도 매번 조금씩 변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늘 같아 보이지만, 어느새 달라져 있는 것들. 그래서 나는 매년 부산으로 갑니다. 변화하는 파도를 보러, 익숙한 듯 낯선 공기를 마시러.


브런치 글 이미지 1


광안 대교를 지나면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너는. 내게 말했어, 노을과 함께 할 수 있는 광안 대교가 좋다고. 나도 말했어, 나도 광안 대교가 좋다고. 또 너는 산이 좋다 했고, 또 나는 바다가 좋았다. 나는 그래서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부산이 좋다.

 너에게 고향의 냄새가 있다면 바다 냄새라니. 저 멀리 바다 뒤로, 산 뒤로 숨는 너에게 질문했다.


“바다에, 산에 닿아봐야 그 냄새를  알 수 있을까?”


  멀찌감치 서서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을 바닷소리에 흘려보내었다. 바다 넘어 지나가는 노을, 그건 너에게 아쉬움이라니. 광안대교를 지나면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다 나에게 말했다.


“노을과 함께 할 수 있는 광안 대교가 좋다.”

 

바다 냄새인지, 산 냄새인지, 내가 좋아하는 부산 바다는, 소금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광안 대교가 좋더라."


부산의 포장마차, 너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


 김치찌개 레시피 : 배추김치 280g, 돼지고기 150g, 다진 마늘 16g, 고춧가루 2.2g, 물 1.6kg, 무 100g, 양파 100g, 두부 150g, 파 20g


아무런 설명이 필요 없다, 내일의 날씨는 맑음이니 새벽에 일어나 뒷집 산에 올라봐야겠다.           


"부산 바다 냄새는 짜지가 않더라."   




브런치 글 이미지 2


 지나가는 바닷소리에 흘려보내었다.

고향의 냄새가 있더라면, 너에게는 바닷 냄새라니.

그래서 너는 나에게 바다보다 산이 좋다 했다.


지나가는 시간을 소리 없이 흘려보내었다.

나는 구태여 지평선 끝으로 숨는 해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너에게는 그게 아쉬움이라니,

그래서 너는 나에게 바다보다 산이 좋다 했다.






 그럴 때가 있다. 같더라도 조금은 변한 것. 옛날에 자주 갔던 식당, 김치찌개가 맛있었지. 혹시 레시피가 바뀐 것일까, 김치가 조금은 시간이 지나 쉬어버린 것일까. 주인장은 같은 사람이지만, 이전과 조금은 다른 맛.


 구태여 지나가는 시간을 잡으려 하지 않았지만, 지나간 언저리마다 아쉬움이 남아있다.


 바다보다 산이 좋다던, 나는 산보다는 바다라며 그래서 부산을 좋아했지. 요새는 보다 산을 많이 오른다.

  끝까지 펼쳐져 있는 수평선이나, 넓게 펼쳐져 있는 지평선이나. 어떻게 보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전과 조금은 다른 맛.


 “바다에, 산에 닿아봐야 알 수 있니.”


바닷소리, 바람 소리. 내일의 날씨는 맑음, 어쩌면 산 넘어 지나가는 해가 좀 더 잘 보일지도 모르겠다. 매일의 노을은 다른 것처럼, 이전과 조금은 다른 맛. 이처럼 같더라도 조금은 변한 것. 광안대교를 지나면서, 같더라도 조금은 다른 노을. 이전과 조금은 다른 맛. 내가 달라진 것인지, 네가 변한 것인지. 익숙하던 식당, 골목에 하나만 변했다. 그럴 때가 있지.


‘부산 바다.’

‘시큼한 김치찌개.’

‘이제는 조금은 다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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