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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나 Jun 05. 2022

아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상상

자식에게 지워진 무게

오늘은 너의 첫 소풍날이란다.  


어젯밤까지도 널 보낼까 말까 고민했지만 내가 느끼는 불안은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애써 잠재우고,

내가 믿어주는 만큼 너는 성장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보내기로 했단다.

너의 첫 소풍 도시락

 


너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하는 차 안에서 종종 찾아오는 그 생각이 나에게 또 찾아왔다.

'네가 잘못된다면...'

하는 하기 싫지만 계속해서 나를 찾아오는 그 가정말이야.


상상과 동시에 내 혀는 딱딱하게 굳더라. 말을 잃을 것 같았어. 울음도 삐져나오지 못하게 목구멍이 턱 막힌 느낌이 들었어. 배고픔을 느끼는 신경은 끊긴 듯 했고, 말라있는 목은 그냥 말라있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 어떤 건물에 올라가 어떤 망설임도 없이 떨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멍한 상태로 그저 네 사진을 품에 안고 너에게 가기를 바라며 몸을 던지겠다 싶었어.


그 상상 끝에 든 생각이 뭔지 아니?

'네가 내 전부가 됐구나. 너 없는 세상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구나.'


그 생각의 끝에 또 든 생각이 뭔지 아니?

'너도 참 부담스럽겠다.'


태어나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떤 이의 전부가 된다는 것이 참 부담스러울 것 같더라. 너로 인해 웃고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로인해 100% 영향을 받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싶었어.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직접 하진 않지만 때로는 너를 바라보는 나의 불안한 눈빛으로, 때로는 속상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너에게 부담감을 지고 있었구나 싶어.  


사람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다들 자식이 생기면 나만 바라보는 그 눈빛에 그 책임감에 부담을 느낀다고 하지만,

자식에게 지워지는 부모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 지 말이야.


너는 결국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돌아왔고, 엄마의 생각은 저 멀리 다녀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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