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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나 Oct 29. 2022

아이를 낳고 내 삶이 멈춘 적은 없다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아이가 막 두 돌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지금 그 아이는 자신이 여섯 살 찐 언니가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니 약 3년간의 글들을 모은 셈이다.


초기에 쓴 글과 마지막으로 쓴 글을 보면 나의 상황도 많이 변했다.


나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일을 하는 워킹맘이 되었고 아이는 세 돌 무렵 기관 생활을 시작했다. 바뀐 삶에 가족이 적응하느라 1년 여간 글을 쓸 여유를 못 찾기도 했었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에게 느꼈던 서슬퍼런 분노감은 결국엔 사그라들어 요새는 간간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고,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할머니가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영아기 육아 친구는 꼭 필요한 건 아니라 썼지만, 아이가 기관 생활을 시작하며 어울리게 된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는 내 일상의 소소한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고 집에서도 나를 찾기보다는 혼자 사부작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나의 가용 시간도 늘어났다. 그 늘어난 시간 동안 나는 이렇게 글도 쓰고, 창업을 구상해 보기도 하고, 감사한 프로젝트에 초대받아 참여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떠난 1.5호 뒤에 다시 찾아온 우리 2호는 지금 글 쓰는 엄마의 뱃속에서 힘찬 발길질을 하고 있다.


'이렇게 써서 언제 책 쓰려나?' 하는 회의적인 마음을 이겨내며 나에게 허락된 시간마다 하나씩 써 온 글들이 목차로 엮인 것을 보는데 코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 애써 눌러왔지만 나도 내 일이 간절히 하고 싶었구나.'


프롤로그에 쓴 것처럼 일과 육아는 양손의 떡 임에 분명하지만, 둘 다 내가 뜨겁게 사랑하는 존재들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렇기에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전적인 육아를 하기를 권하는 것이 쉬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물론 엄마가 정서적인 어려움이 클 때나, 경제적으로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에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목차를 촤르륵 보며 느낀 것은 나의 삶 아이를 낳고 5년 동안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5년의 길은 전에 본 적 없이 울퉁불퉁했고 그 길을 걷는 나의 속도는 이전의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지만, 그냥 당연한 일상을 살 때 보다는 인생의 더 많은 면들을 천천히 느끼고 곱씹으며 걸어온 길이었다. 내가 아이를 밀도 있게 키웠듯 내 삶도 밀도 있게 성장했다.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건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무덤이라는 둥 하는 세상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출산 후의 변화한 삶에 불안감과 조급함을 느끼기보다는 부모 된 삶이 주는 성찰과 성장의 기쁨을 맛보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의 솔직한 감정과 고유한 시선이 담긴 이 책이 세상의 말들을 이겨내는 데 작은 실마리라도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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