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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통샤인머스캣 May 05. 2021

걱정 말아요 계란말이,고구마치즈계란말이

인생이 말렸을 때,계란말이2- 걱정을 물리치며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면,

아침에 고구마를 찌고 나서, 치즈를 넣어 고구마 치즈계란말이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보다 약간 어려워도 해볼 만하겠지 싶었다.


재료

찐고구마 반 개. 계란 4개. 모짜렐라 치즈 반 봉지


조리 과정

계란 4개를 푼다.
기본재료인 대파와 당근 등 다른 재료를 넣는 대신에 모짜렐라 치즈와 찐고구마를 으깨서 넣어본다.

너무 두껍지 않게 골고루 얇게 푸는 것이 포인트.

계란말이 소요시간은 5분 여 남짓밖에 안되지만, 자칫 결정적 파국의 순간이 존재할 수 있으니 숙련된 뒤집기 기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머릿속으로 문제 상황을 리허설을 해보며 미리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예상되는 문제 상황은  두 가지.

바싹 타는 것과 터지는 것.

그럴 때는 타기 전에 불을 끄고 일단 뒤집어놓고 전열을 가다듬기로. 중량감 때문에 잘 뒤집히지 않아 터지는 문제는 어쩔 수 없다. 무게중심을 이용해 뒤집는 기술을 발휘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해보는 것에 의의를 갖고 도전한다.


마인드풀 쿠킹

정신과 의사로 마인드풀 하게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마인드풀니스가 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적 외적 자극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되, 현재 경험하는 것에 온 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들숨과 날숨.  발바닥의 느낌을 교대로 느끼며 계란말이의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오른손으로 뒤집는 감각을 느끼면 좋을 듯. 오감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마음챙김의 훌륭한 기술이다. 즉 계란을 마는 경험을 하면서, 우리의 주의가 

시각: 전혀 생소한 음식을  대하듯 노랗게 계란 색깔이 익어가는 느낌을 그저 느끼며

청각: 프라이팬의 튀는 소리를 들으며

후각: 달콤한 음식의 익는 냄새를 맡으며

미각: 달콤하면서도 약간 느끼한 맛이 조화롭게 배기기를 바라되, 애쓰지 않고

촉각:  프라이팬의 온기를 느끼며

 조리된 계란말이를 칼로 썰면서. '아 다행이다'는 그런 즐거운 만족감을 느낀다면 더욱 좋은 상태.

가까스로 뒤집은 고구마 치즈 계란말이.  모짜렐라 치즈 파편과 고구마 파편들.

조리 후기

계란 4개를 풀어서 약불에 데운 프라이팬에 붓고, 모차렐라 치즈를 뿌리고 나서, 으깬 고구마를 재빨리 뿌려줘야 하는 순간에 아뿔싸 찐고구마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허를 찔렀다는 그 느낌.


뒤집어야 할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생각되어 다급해지려는 찰나 그래도 골고루 뿌린다는 생각으로 뿌렸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을 알고  급당황하니 순간 마인드풀니스는 무슨, 비싼 계란 타들어가니 빨리 뒤집으라는 내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찐고구마에 물기를 매겨 적당히 뿌렸어야 했나. 멘탈 리허설을 해서 그나마 이 모양이었기를


개선할 점

찐고구마를 김밥 쌀 때 햄처럼 긴 한 줄로 놓아두는 기술이 필요할 듯싶다. 긴한 줄로 자르거나, 치약 튜브처럼 눌러서 쉽게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치즈처럼 얇은 한 장의 티슈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다음 계란말이 작업 때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  


걱정을 줄이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걱정 말아요. 계란말이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그렇다.

걱정을 말듯 계란을 말아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은 계란말이를 뒤집는 기술과 맥이 통한다. 뒤집기를 하는 타이밍을 찾아온 감각을 집중하는 주의분산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완화시키는 능력을 키운다.


계란말이를 뒤집는 지금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며 계란을 말고 힘을 다해 뒤집는다. 지금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면, 걱정이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이다. 감각 경험에 집중하면, 계란을 마는 모든 감각이 총동원되어 지금 이곳을 좋은 기억으로 뒤덮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고통은 옅어지고, 어쩌면 덜어질 수도 있겠다.


 음식을  통해 가족에게 기쁨을 주고자 했던 그 의도를 떠올리면  위안이 될 수도 있다. 음식을 먹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며, 계란말이가 어떻게 뒤집히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어쨌든 애썼으니까. 감정조절은 자기 위안의 기술과도 통한다.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아침부터 계란말이 하고 있었던 것 알아. 안될 것 같아 걱정됐지.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려니 그게 당연해. 그렇지만, 기대도 되었으니까 좋은 것도 있고 나름 괜찮았네.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은 좋은 순간. 맛있게 먹어주자.'


 걱정 대신 즐거운 느낌을 충분히 느끼도록 하다면 걱정은 이내 지나가기 마련이다. 지금 이 순간의 긍정적 감정에 충분히 오래 머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마음은 한정된 자원을 쓰기에, 계란을 마는 경험에 집중하는 순간 걱정을 하며 반추하는 기회를 말아버릴 수 있다.

 지난번 계란말이에서 뒤집기의 기술을 익혀서 조금 나아가 새로운 메뉴를 도전한 것만으로 뿌듯하다. 어쨌든 먹을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인드풀한 주인공은 늘 비판단적으로 먹어주는 가족들이 아닐까 싶다. 늘 감사하다. 그래서 속이 꽉 찬 고구마 치즈맛의 계란말이는 충분히 달콤했다고 느꼈나 보다.


힘들수록 절실하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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