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신과는 ‘정신건강의학과’로 과명이 바뀌었다. 그동안 정신과란 이름에서 연상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낙인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방문을 꺼린다고 여겨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신과란 과명마저도 과감히 뜯어고치게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를 14년째 하고 있음에도, 정신과에 대한 매우 낮은 접근성을 보이는 이 기이한 현상을 간판을 뜯어고쳐서라도 해결해보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토마스 조이너의 자살연구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과 유대감(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 내 삶이 어느 순간부터 쓸모없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남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생각이 자라다가 이런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이 느껴지면, 결국 사람은 죽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고 한다. 토마스 조이너는 개인이 짐만 된다는 생각과 혼자라는 느낌이 ‘죽고 싶다’는 욕구의 핵심 이유가 된다고 했는데, 이런 느낌이 계속될 거라 느끼고, 여기에 치명적인 자해 능력을 습득하면, 결국 자살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자살을 주저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의 차이는 몸에 치명적인 손상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는데, 폭력피해를 당해 부상, 통증에 반복적인 노출을 경험한 개인은 자살을 감행하는 두려움이 낮아지는 인지적 친숙화의 과정을 겪는다는 그의 이론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인구 천 명당 성형수술건수도 세계 1위이다. 토마스 조이너의 관점에서 칼을 대는 성형을 자신의 몸에 손상을 감행할 수 있는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 지나친 일반화일까. 흥미롭게도 삼국지의 위서 ‘동이전’에 고대 한국인들에 대해 ‘아이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눌러 납작하게 했다. 지금도 진한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납작하다.’고 언급된 부분이 있다고 한다. 혹시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미적 변화를 위해 몸에 구조적 변화를 감행하는, 좋게 말해 혁신을 도모하는 남다른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자살과 성형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름을 고치고, 얼굴이나 몸까지 쉽게 고친다는 경향에선 한국인들에게 아름답게 뜯어고치고 새롭게 태어나고픈 욕구가 남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정신과 의사로 뜯어고칠 것이 남아 있다면, 마음 매력뿐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내담자가 어떤 어려운 사정을 들고 왔던지, 그가 병원 진료실을 나가게 될 때 ‘나는 그래도 소중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치료적으로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라 생각해왔다.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이 삶의 먹구름 같은 상황을 헤쳐 나와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매번 간절하다. 점점 삭막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태에서 한 인간으로 대우해드리려는 경험을 내 진료실에서라도 경험해 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어느덧 내담자들의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지고, 대인관계에서도 조금 당당해지며 삶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묻어 나오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이런 아름다운 변화의 광경을 보는 것은 꽤 보람 있는 일이자 매우 감사한 일이다. 심리치료의 어떤 요인이 이들을 변하게 했을까?
정신의학에 오래 몸담으셨던 원로 선생님들은 마음이 변하면 얼굴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그리고 성형수술로 외모의 콤플렉스를 없애주는 성형외과의사가 칼을 든 정신과 의사일 수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신체와 마음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그 말이 일리가 없지 않다. 정신과 의사 역시 내담자의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삶의 태도와 문제를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좀 더 긍정적이고 균형적이며 적응적으로 고쳐준다는 점에서 숨겨진 마음 매력을 찾아주고 자아상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끼게끔 해주는 마음 매력 재건성형의인 셈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시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쓰는 것을 아마도 눈치채셨을 것 같다.
마음매력 강화는 왜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지 않을까? 란 나름의 고민 끝에 필자가 나름으로 재해석한 정신건강의학과의 정체성이자, 전 국민 정신건강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사명으로 여기는 일이 되었다.
마음매력 강화는 무엇인가? 우리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랑스럽게, 고맙게, 기억되게 만드는 자기실현의 한 방법이다. 그것은 마음매력인 사랑스러운 아름다움, 고마움이 새겨진삶의 가치와 의미를 이뤄가며 즐거움을 느끼는 긍정적, 건설적, 균형적, 적극적인 정신적 태도를 말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 그것을 이뤄가는 가운데 즐거움을 얻는 정신적 태도는 삶의 문제에 호기심 있게 도전하며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결국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가치로 채우면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을 남기게 한다. 결국 마음매력은 내 마음속 중심을 진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가치로 채우면서, 아름답게 변화하도록 계획하고, 사랑스럽게 삶을 다스리는 실행력을 키우며, 고맙게 기억되며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게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끝날 때, 덜 후회스럽도록 만드는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한 번쯤 해보고 쉽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 목표를 갖는 마음매력 강화는 내면의 가장 나다운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인 마음매력을 발견하고, 이를 평생토록 실행하고 구조화시키기 위해 아름답게 변화하기. 사랑스럽게 다스리기, 고맙게 기억되기의 세 가지 실행목표로 구현된다. 마음매력 강화 새롭게 태어나고, 아름답게 변화하고 싶은 욕구에 주목해 아름다운 말과 행동을 일상에서 해나가며 일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아름다운 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실 이 글의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산물에서 나왔다. 정신과에 대한 낮은 접근성을 줄여보고자 글을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야 내가 아니어도 쓰는 것이니 나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그런 글을 좀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망설이다가 그렇게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난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정성 들여 하나씩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 읽어주겠지 라고 말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죽음의 욕구에 대항해 지금 현재의 삶을 생동감 있게 살아내는 욕구를 어떻게든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개인의 삶의 차이와 결핍, 고통을 수용하도록 자신의 삶을 보다 사랑스럽게 해석하며, 자신이 가진 마음매력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마음을 붙잡는다.
물론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는 내담자들을 마음매력 성형 관점으로 일관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은 힘들기는 하지만, 소중한 한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공감하려고 노력할 때, 그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다. Goldberg란 정신분석가는 환자가 치료자의 공감적 태도에 의하여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면 정신구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아마도 엄마가 사랑스러운 자녀를 바라볼 때처럼, 마음 매력적인 믿음이 담긴 치료자의 따뜻한 시선은 정신분석가인 위니코트가 주장한 안아주는 환경 holding environment으로서 치료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신분석가인 하인츠 코헛은 치료자에 의해 수정된 공감적 경험 corrected empathic experience을 환자가 경험하게 될 때 멈추어져 있던 발달이 다시 재개된다고 보았다. 마음매력의 잠재력이 살아나는 순간을 기술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어렵게 병원을 오시는 분들을 한분 한분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대하면 그분은 결국 소중하게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결국 회복의 힘과 변화의 동기를 찾게 되면서, 마음매력의 성장이 시작되는데, 자신의 삶의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뤄가는 즐거움을 되찾을 때, 인생은 살만하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음매력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내가 나 자신을 괜찮게 보는 믿음을 찾아주는 것이다. 사실 자신을 좋아하려면, 자기 자신을 좋아할 만한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외적 근거는 돈, 명예, 권력, 사회적 지위나 외모와 같이 보이는 데에서 찾는 것이라면, 내적 근거는 보이지 않는 내면적 가치에 기반을 둔다. 마음에 있기는 하지만, 숨겨져서 없는 것 같은 마음 매력을 찾아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긍정적이며 균형적으로 바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을 때 그나마 후회가 덜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적 정신치료이든, 인지치료이든 자기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에 어떻게라도 개입되기 시작한 환자들은 자신에 대한 시선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삶의 태도가 바뀌면서 생기발랄한 마음 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자신을 멋지고 아름답게 여기며, 일상의 생명력을 되찾게 되면서, 죽음밖에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의 삶에서도 다른 대안과 가능성을 찾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꼭 죽고 사는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글을 통해서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안목을 갖고, 세상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마음 매력으로 외모를 빛나게 할 수도 있고, 이 얼굴과 이 몸매로도 사랑받으며 단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믿어보자.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통해서도 스티브 잡스가 추구했던 ‘아름다움으로 우주를 감동시키는 일’들이 진정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흔적을 이 세상과 후대에 남기고 누군가에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고맙게 기억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결국 사랑스러움으로,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로 소중히 기억되도록 정신의학에 쌓여있는 미적 노하우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온유하고 정숙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없어지지도 않으며, 하나님께서도 귀하게 보시는 것입니다.(베드로전서 3장 4절, 쉬운 성경)
Your beauty should be that of your inner self, the unfading beauty of a gentle and quiet spirit, which is of great worth in God’s sight.( Peter 3:4 New International Version®, Holy Bible)
202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중하고 고마운 그대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상수 드림
긴 여정을 이제 시작하며.
(P.S. [이 책이 자살로 인해 고통받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 토머스 조이너-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표지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깨닫고, 다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