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게, 우직하게, 달콤하게

어쩌다 개원한 정신과 의사의 코로나 불황 극복 메시지

by 통통샤인머스캣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 라며, 새로운 시작을 하는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이 말은 배고플 정도로 ‘절실하게, 우직하게 살라’란 뜻이다. 배가 고픈 사람이 욕망하는 것은 단 하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일 것이다. 인간이 어떤 목표와 가치에 대해 절실해질 수 있다면, 목표에 이루도록 다가갈 수 있다. 이 말은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경기침체 속 불황을 겪고 오늘 하루 어떻게 버텨야 할까? 고민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 힘들수록 절실하게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야 힘든 순간을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존중하는 태도이고, 용기 있고 위대한 사랑의 행위다.


우리 삶에서 나름 절실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면,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불황에도 기죽을 필요는 없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물러서지 않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고통은 점점 힘을 잃을 것이다.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고통을 견디는 태도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선택이며, 인간의 정신적 자유를 늘려가는 일이다. 어둠 가운데 별은 가장 밝게 빛나는 법이다.


고통을 이기는 데 있어 의미가 중요함을 일찍이 철학자 니체도 간파했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도 언급했었다. 그런데 삶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야말로 나 자신을 진실하게 만날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단한 현실에서 우리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몰아세우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눈을 감고 조물주에게 해 볼 수도 있다. 나는 누구입니까? 혹시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당신에게 누구입니까? 왜 저에게 하필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문제를 통해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미적 자아가 살아나는 기회를 얻은 것이고, 숨겨진 미적 역량을 발휘해서 인생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하지 않았던가. 만약 온 우주의 창조주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질문에 어떻게든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대답해주신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나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된다는 영성 차원에서 나를 소중히 인식하는 자존감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혹은 예술작품이나 우리 주변의 멋진 사람들을 통해서 아름다움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우리 삶에서 놓치고 있었던 보석 같은 의미를 건져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의 기준이다. 이 큰 두 기준에 따라 처세에는 네 가지의 등급이 생겨난다. 옳음을 지키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첫 번째이다. 그다음은 옳음을 지키지만 해로움은 떠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른 것을 좇으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최하등급은 그른 것을 좇으면서 해로움을 떠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지침으로 많은 자영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다산 정약용의 말에 의하면,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합 제한 업종인 카페와 식당, 헬스장, 노래연습장 소상공인은 어떤 그룹일까? 아마 옳음을 지키지만 단기적으론 해로움을 떠안는 분들일 것이다. 하지만 방역지침 준수는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는 일이기에 장기적으로 옳음을 지키고 이익을 얻는 최상위 등급의 처세라고 본다.


코로나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는 고통 중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혹독한 현실의 삶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견뎌낸다면,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지금보다는 사랑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위기와 시련에도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가치지향적인 행동을 우직하게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이며 고단한 현실에서 ‘자신의 앞에 있는 각각의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거라고 믿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다 보면 분명 삶의 고통은 우리를 성숙시키는 고마운 의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주목받는 비대면 산업, 떠밀리는 노동자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산업이 주목받으며 비대면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감염 위험 없는 안전한 유통과 산업 활동을 위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배달 로봇 시범 사업과 키오스크의 비접촉 사업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디지털 전환의 추세 속에서 결국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떠밀려 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달 로봇이 들어서고, 키오스크의 무인 판매가 현실화되면,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혁신의 결과로 당장의 이익은 결국 인간의 일자리 판도를 바꿀까?


2015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한 감정 로봇은 사람의 표정과 음성, 동작을 통해 감정을 분석해 몇 가지 대화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는데, 사회적 소외가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안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감정 로봇의 출현에 맞서 인간다운 정서는 무엇일까? 로봇이 구현할 수 없는 마음, 다소 미련하게 보일 정도로 우직하게 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선행을 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어떤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하라는 조건적 알고리즘의 지시를 수행하라는 개발자의 의도에 맞춰 설계되었다. 심지어 인간의 목소리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SBS 세기의 대결


하지만, 명령에 따라 정확히 수행하는 로봇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감성의 창의적인 차원 즉 마음을 다해서 뭔가를 더 해 내는 자발성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공공의 선을 도모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AI와 가수 옥주현과의 진짜 옥주현을 가리는 예능 프로그램은 옥주현의 판정승 아니었던가.

감정은 다양한 상황에서 생각보다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치고 나오기 때문에, 알고리즘적 상호작용은 인간적인 수준의 공감과 매력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똑같은 방식의 응대도 상대방에 따라 매번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이나 같은 음식을 매번 먹을 때 느끼는 식상함이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로봇이 상대방을 정확히 기억해주는 가치도 놀랍고 훌륭한 것이지만,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감정 반응은 예술적인 차원의 높은 다양성에서 이뤄지는 더 놀라운 가치가 있음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완벽한 감정 로봇이 나온다한들, 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 감동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로봇이 아무리 스마트하다고 해도 반려견이 보이는 열정적인 꼬리 짓과 같은 반응이나 나를 은근히 바라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생명체의 시선이 주는 감동적인 몸짓보다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죽은 주인의 관을 실은 운구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죽어라고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강아지, 주인의 은혜를 기억하고 죽어서도 주인의 무덤 곁을 묵묵히 지키는 강아지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준다.


그런 점에서 우직함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효율을 추구하는 로봇이 감정의 알고리즘을 푸는 과정에서 효율성에 반하는 모순을 어떻게 학습할지는 알기 어렵지만, 그런 인간의 숭고한 행위를 인공지능이 기계적 학습으로 재현하기는 아득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절실하고, 우직하게 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코로나 시대에 새겨들을 만한 통찰인 것이 분명하다.


달콤하게

필자가 어느 편의점에 들어가 먹을 것을 고르려고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는데, 직원이 내가 바라보는 곳을 주시하며, 그 메뉴가 맛있다고 말을 건다. 1주일 뒤에 갔는데, ‘또 오셨네요.’라고 나를 기억을 해주며,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된 빵 중에서, 가져갈 것이 있으면 그냥 가져가라고 말한다. 편의점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베푸는 호의는 무인결제 편의점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그런 서비스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남은 재화를 재활용하고 단골고객을 유치하려는 상술일 텐데 상대방의 욕구의 빈틈을 찾아 충족시켜주는 예상하지 못한 친절한 말은 감동을 느끼게 했다. 아마도 주인이니까 그런 자발성을 발휘했을 수 있었을 거다. 마음을 다하는 것은 그래서 주인의 마음가짐으로 나오는 자발성과 책임감과 관련 있다. 옆집 건너 편의점이 생기는 불편한 현실에서 주인은 그런 절실함을 통해 생존의 지혜를 발휘했을까.


편의점에서 기대하지 않은 친절 경험을 통해, 창의적으로 마음을 다하려고 노력하면, 불황을 탈출하는 돌파구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뉴얼적인 친절도 좋은 것이지만,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방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자발적이며 창의적인 친절은 기억할만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불황에도 긍정적인 감정을 제공하며, 창의적인 인간이 대인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모든 접점이 있는 곳은 인간 본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의 배움터이다.


인간의 마음과 진심이 빠진 매뉴얼적인 친절이 득세하는 세상에선 점점 마음매력적인 인간,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결국 주목받을 것이다. 어두움 가운데 홀로 빛나는 그런 별과 같은 존재를 본다는 것 자체가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주는 활력소로 작용하기에 그렇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 매력을 찾아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격려해주고,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움을 얻을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인생의 의미는 재능을 찾는 것이고, 인생의 목적은 그것을 나누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인생의 의미는 숨겨진 자신의 마음매력을 찾는 것이고, 인생의 목적은 자신이 찾은 마음매력을 나누는 것이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 투영된 삶을 살기 위해 절실하고, 우직하게 노력하고,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아름다운지 거울 보듯이 점검하면서 살아갈 때, 마음매력을 실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인간다운 공동체 문화 속에 우리 자신도 그런 사람들을 본받으며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누군가에서 빛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힘들지만, 우리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다행스러운 의미의 달콤함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경기 불황과 비대면 디지털 전환의 추세 속에서 어쨌든 절실하게, 우직하게, 달콤하게 오늘 하루 버티기로 다짐한다. 어쩌다 개원해 여기까지 오다 보니 개원의사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다. 힘들 때마다 가끔씩 보는 영상이 있다. 추신수의 마지막 타석.


2020년은 이런 일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이런 게 뭐라고, 괜찮다고 위로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타석을 이렇게 끝나고 싶지 않은 것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지금까지 포기를 안 했고 내일이 돼서도 포기는 안 할 건데. 이렇게 내일 경기에 못 뛴다 해도 후회는 없어요...


https://youtu.be/Ma8y7_4VDjQ

모든 타석이 저에게 매우 소중했다. 작은 것 하나가 의미 있었다고 말한 추신수 선수. 야구를 사랑한다는 말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마지막 타석에 선 느낌으로 다짐한다. 누구나 안된다고 말할 때조차 오늘도 내일도 절실하게, 우직하게, 달콤하게 살아가자고. 나는 내 삶을 그렇게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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