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너무너무
동경했던 작가가 있다.
15~16년전
독박 육아와 독립군 육아로
주말까지도
혼자 고군분투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사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나에게
오소희는 우상이었다.
그시절
혼자 외동 아들을 데리고
세계를 누비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와 같은
책을 써서
자유롭고도 당당한 행보를 보여준 그녀.
언어를 무기로 갖추고 있으니
더욱 걸리는 게 없었으리라.
온갖 것이 다 부러웠다.
롤모델로 삼은 그녀가 보고 싶어서
팬심을 주체하지 못해
그때 당시 흔하지 않았던
작가와의 만남을 하러
힘들게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좁디 좁은 세계에 갇혀
이상과 현실의 극심한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쫄보로 마음 졸이며 사는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대리만족이기도 했지만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녀의 아들마저 잘 컸다.
아.
진짜 왜 다 가진거니.
.
.
.
.
그래서
그 이후는 애써 잊고 살았다.
나는 발버둥치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뜻과
멀어지기만 하는 육아가
나를 좌절시켰다.
더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흔이 되면서 선언했다.
이제부터는 엄마로 소진되기보다
나로 사는 일을 찾겠다고.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그러라고 해줘서
전우가 고마웠다.
그때부터 오프라인 연수도 다니고
글쓰기 모임도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채우러 다녔다.
어느덧
나도 엄마 인생 20년차가 되었다.
지난주 내내
책장을 정리하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꺼내 들었다.
나도 나름으로
내 세계를 넓히며 살고 있었네.
그동안 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구나.
그러니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좀 더 너그럽게 보아주고
충분히 칭찬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