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를 세어 본다면 아마도 나는 하루에 수백 번쯤 핸드폰을 만지작거렸을 것이다. 단톡방에 올라온 메세지를 확인하고 책모임에서 정해진 분량을 읽고 인증하는 글을 남긴다. 운동인증방에는 그날 운동한 내용과 운동한 사진을 올려서 나의 실천을 증명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남기고 ‘좋아요’ 수를 확인한다. 글쓰기 마감 시간에 늦지 않게 업로드하고 링크를 공유하며 완료했다는 글에 답을 다는 등 매일 확인하고 인증하고 증명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의욕이 넘칠 때는 하나하나 다 인증하고 미션을 완료한 후에 성취감을 느끼며 ‘갓생’을 살아내고 있는 나 자신이 좀 멋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람이 계속 에너지 넘치게 지낼 수만은 없다. 이런저런 일로 피곤하거나 지치는 날에는 이 모든 것에 압박감이 든다. 순식간에 수십 개씩 늘어나 있는 단톡방의 대화 숫자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루가 가기 전에 그날의 읽기나 쓰기, 운동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은 강박감과 함께 그냥 다 안 해버리고 싶다는 양가감정이 동시에 든다.
왜 이렇게 측정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무얼 그리 증명하고 싶어서 인증하고 인정받는 피곤한 방식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기록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 없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성취 지향적인 사람들이 도장 깨기 하듯이 살아가고 있고 자신이 한 일과 달성한 것을 수치화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망에 부합하는 SNS와 앱이 더 부추기는 것 같다. 운동 부위와 횟수를 기록하는 앱,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 독서 기록 앱, 신체 상태를 분석해 주는 인바디앱, 몇키로를 얼마의 속도로 몇 분에 뛰었는지까지 측정해 주는 러닝앱 등 엄청나다. 심지어 몸에 하루종일 차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를 가진 사람들도 무척 많다. 연동 앱이 하루종일 그 사람의 몸 상태와 걸음 수, 심박수, 운동량을 측정해 준다.
나를 비추는 거울같은 그림책을 만날 때가 있다.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가 그렇다. 이 책에는 사람 대신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사실은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보다는 고양이를 내세워 묘하게 투영감을 주었다. 권정민 작가는 특히 인간사의 굉장히 불편한 진실을 다룰 때 우화 형식으로 인간 대신 동물을 내세워 은유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게 한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내가 찍은 인증샷과 너무나 똑같은 장면들이 많아서 한참 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작가는 나 같은 인간에게 일침을 날리고 싶었던 걸까, 위로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오늘은 의욕이 넘치는 날이 아니라서 운동도 계획했던 만큼 못했고 책읽은 감상은 최소한으로만 적었다. 글쓰기 주제도 너무 떠오르지 않아서 이렇게 쥐어짜서 쓰고 있으며 그림책 모임이번달글쓰기 과제도 아직 못했다. 10월이 하루 남았는데 ㅠㅠ 또다시 부진아가 된 기분이다.
게다가 글벗들이 올린 브런치 글을 읽으며 놀랐다. ‘아니, 다들 너무 잘 쓰잖아?’
고민과 정성이 들어간 글 같아서 나는 과연 얼마나 노력했나 반성하고 질투하고 있다.
가끔은 나 자신이 참 못났다 생각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렇다. 이렇게 지질한 날도 있는 거지. 괜찮다 뭐. 평균치의 삶이어도, 인증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의 인정을 받지않아도 나는 나로 살 수 있어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