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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뷰의 정원 Jun 17. 2023

덜덜 떨며 장학금 면접을 보다.

공무원 유학, 풀브라이트, 고등교육재단 장학금의 장단점


첫 시도에서 고배를 마시고, 유학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장학금 신청이 이렇게 힘든데, 대학원 신청은 도대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무관 거의 끝까지 온 거, 서기관 승진한 후 유학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시간이 흘러 금세 2018년 3월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장학금 공고가 뜨자, 별로 고민도 안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붙고 고민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교수님들에게 추천서 부탁을 착착착. Personal Statement와 Study Objective는 여러 친구들에게 미리 감수를 부탁해두었다. 언제까지 초안을 주겠다고 감수를 부탁해두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참 전에 초안을 썼어야 했다. 지금은 그 자료들이 다 어딘가로 날아가고 없다. 모아두면 좋았을 것을! 봉인날인해야 하는 성적표도 아예 일찌감치 서울대와 홍대에 가서 몇 부씩 추가 요금을 지급하고 받아 왔다.


그리고 한국고등교육재단(KFAS)과 일주문화재단의 장학금에도 지원을 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KFAS)이 지원금이 가장 크고 제한이 없는 편이어서 합격하기를 바랐지만, 필기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떨어졌다. 필기고사는..... 무슨 논술 문제를 쓰고 영어를 풀었던 것 같다. GRE를 미리 준비한 분들이 훨씬 유리할 것 같았다. 2019년을 기준으로 공무원 유학 파견과 풀브라이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었다.


공무원 유학 파견

- 학비(상한 있음)와 생활비가 지원된다. 1년 간 6~7만 불 정도가 된다고 들었다.

- 몇 년까지 지원되는지는 모르겠음. 2년? 3년?

- 의무복무가 있다. 돌아와서 유학한 기간 만큼 의무적으로 공무원으로 일해야 한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개인적 불이익은 없지만(? 확실치 않음) 부처에 유학티오가 줄어드는 등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KFAS

- 박사과정 5년 간 학비와 생활비가 전액 지원된다고 한다.

- 무조건 명문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명문대를 다 떨어지면... 그냥 어쩔 수 없다고.

- F 비자로 체류한다.

- 졸업 후 아무런 제약이 없다.


풀브라이트

- 학비와 생활비를 통틀어 1년 차에 4만 불, 2년 차에 3만 불이 지원된다. 학비에만 쓰기도 부족한 돈이다.

- 졸업하고 OPT(문과는 1년, 이과는 3년)를 하고 나면 무조건 본국에 돌아와야 한다. 미국에 유학 가서 현지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큰 단점.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1) 웨이버를 받거나 (아주아주 필수불가결한 사유 필요), 2) O비자(예술인 비자, 스타트업 비자)를 받거나, 3) 한국 정부의 외교관이나, 4) 미국 정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 석사를 이미 받은 경우 또 석사를 할 수 없다. -> 석사가 있으면 LL.M., MBA를 할 수 없다.

- J.D., M.D 등 직업 학위를 할 수 없다. -> 이것은 공고에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았는데, 진행하다보니 알게 되었던 전 세계 공통 제약사항입니다. 풀브라이트의 취지가 academic degrees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대학원 지원을 도와준다. 나에게는 이것이 큰 장점이었다. 풀브라이트 담당자가 대충 내 성적을 보고 최대 4곳까지 해당 대학교에 지원을 해준다. 보통 학교당 지원비로 100불 정도 요구하기 때문에 돈도 절약되고, 내가 보내는 것에 비해 학교측의 회신이 빠르고 긍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J 비자로 체류하게 된다. 생각보다 단점이다. F 비자 학생들은 학교가 비자 스폰서이지만, 풀브라이트 학생은 미국 국무부 산하 IEE라는 곳이 비자 스폰서이다. 고로 '자원봉사를 할 때도 겸직승인을 받으라'는 식의 불편한 지시가 많다. 뭔가 자잘한 행정 이메일이 자주 온다. 특히 학교에서 TA나 강사 포지션에 지원할 때 한 달내로 빠르게 자리를 채워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 겸직승인(work permission)을 받는 데에 6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결국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KFAS를 받을 수만 있다면 가장 좋다!





내가 다시 박사 유학을 준비할 수 있다면.


- 2023년 하반기: 타겟 대학원 선정. GRE, GMAT, LSAT 등 시험 점수 만들기  

- 2024년 상반기: 장학금 지원서 준비. 내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 (Wordpress, Github 등)

- 2024년 여름: 시험, 면접 등.  

- 2024년 가을: 대학원 지원서 준비

- 2024년 겨울: 미국 대학원 탐방 현지 답사 및 교수. 대학원생 미팅  

- 2025년 하반기: 유학 나감!  


이렇게 1~2년을 꼬박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대학원 현지 탐방은 당시의 나로서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미국 와보니 현지 학생들은 종종 그렇게 돌아다니고 교수나 대학원생들을 만나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것을 보았다. 길면 향후 5년의 생활이 결정되는 것이고, 연구실마다 펀딩이 천차만별이니 여행경비를 들일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교수님들도 '내 연구 분야가 이것인데 관심 있다~ 이야기 하자~' 이 정도 이메일은 무시하기 쉽지만, '너희 캠퍼스에 몇 일에 방문하는 데 잠시 연구실에 가볼 수 있니?' 이런 식으로 묻는다면 대답을 잘해주는 듯하다.

 

여하튼 나는 거꾸로 절차를 진행했다.

장학금 신청 - 대학원 선정 - 대학원 서류 접수. 이렇게. 나중에 들어보니 '유학원'이나 컨설팅 업체에서 수백 만원, 많으면 수천 만원을 주고 Personal statement같은 것을 맡기는 친구들도 있었다. 뭔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내가 들이게 된 시간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 대학원에는 장학금이 워낙 많고, TA, RA를 통해 펀딩 약속을 해주는 포지션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알고보니 7만 불 장학금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STSGRAD - Google Groups 예를 들어 이 메일링 리스트에 들어가 보시면 전 세계의 풀펀딩 PhD 포지션이 무수하게 나온다.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정보와 자원이 모두 부족했던 난 오로지 장학금에 목을 매고 있었다. 장학금이 안되면 운명이 아닌가보다 깔끔히 포기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차례가 오면 유학파견을 갈 생각이었다.







감사하게도, 한미교육위원단에서 면접자로 선정되었단 소식을 받았다.



나는 전공분야 법학, Ph.D. 로 지원을 하였다.


지금 같으면 ChatGPT와 이런저런 연습을 할텐데, 당시 나는 혼자 예상 질문을 만들어 보고, 스탠포드에서 만났던 친구와 전화로 모의 면접을 한 번 해 본 후 면접장에 갔다. 나 말고 두 분이 대기실에 있었다. 한 분은 경찰대학교를 졸업한 경찰이셨고, 한 분은 미국에서 이미 LL.M. 학위를 받으신 한국 변호사분이었다. 한 명씩 면접장에 들어갔고, 제가 받았던 질문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어떻게 일을 하면서 논문을 세 개나 쓰신 겁니까?"라는 거였다. 칭찬을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당황해서 "저널을 운영하는 교수님이 자리를 채우려고 저에게 부탁을 하셔서 썼던 논문이라.. 경쟁이 거의 없었고 수준도 낮았습니다."라는 이상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면접관 분들이 막 웃으셨다.


한 면접관님은 "이미 한국에서 꽤 시니어 레벨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박사학위가 왜 필요하죠? 대체 왜?"라고 날카롭게 질문을 하셨다. 준비한대로 "업무를 하면서 여러가지 가치가 충돌할 때 내 스스로 답변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300년 이상 법을 운용하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텐데, 미국의 정책입안자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떠한 절차로 해소하는지 알고 싶다."라고 답을 했다.


유일한 여성 면접관 분이 제 대답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셨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9월의 어느 날. 지방 출장을 갔다가 호텔에서 묵던 어느 날 밤. 이메일로 합격 결과를 통보 받았다. Primary Candidate으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Primary Candidate이면, 합격자가 아닌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30명 정도 Primary, 20명 정도 Alternate으로 선발한다고 했다. Primary 학생 중 학교에서 풀 펀딩 제안을 받은 사람이 신청 철회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Alternate까지 모두 장학금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한다.


나는 당시 Writing Sample이 optional이라고 되어 있어서 제출하지 않았었는데, 합격자끼리 만나보니 안 낸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미리미리 준비하여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전 05화 유학 장학금에서 고배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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