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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계절 Sep 10. 2024

아기배아 3형제, 이사 갑니다 (ft. 배아이관)

새로운 병원으로 배아가 이사갑니다 :) 

소중한 배아 3형제의 이야기를 들은 후, 기쁨이 앞섰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자, 배아 결과는 너무 좋았습니다. 잘될 겁니다. 그럼 이관을 하시기로 결정하셨을까요?" 

"네 선생님, 선생님 계신 곳으로 함께 갈 예정입니다" 


배아이관. 건강한 상급배아를 만드는 50일의 시간 동안 좋은 배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고민해 온 문제였다. 





배아 이관? 무엇일까. 



먼저, 배아이관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려 한다. 말 그대로 배아를 이관한다. 배아를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는 의미이다.


보통, 한 병원에서 난자채취를 진행하고 정자와의 수정을 통해 수정란을 만들어 소중한 배아를 만든다. 그리고 이 배아는 바로 시술에 쓰이거나(신선배아 시술) 냉동작업을 통해 얼리는 과정을 거친다 (동결배아 시술) 


보통의 배아들은 난자 채취를 한 병원에서 있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배아를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는 것은 경우가 몇 가지이다. 보통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할 때 남은 배아를 가지고 가는 경우이다. 이것은 자발적 의지로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달랐다. 


나를 담당하는 주치의분께서 이병원의 다른 지점으로 가시기 때문에 이 선생님을 따라간다면 배아를 이관해야 했고, 아니면 다른 선생님으로 옮겨 진행하라는 안내를 들었다. 즉, 나는 배아를 이관한다면 내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배아를 이관하는 것이다. 


남편과 배아를 이관하면서 현재 주치의 선생님을 따라갈지, 아니면 남아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받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민이 커졌다. 시험관 카페나 블로그를 뒤지면서 배아이관한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배아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온도의 영향을 받으면 배아가 상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또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생각보다 할만하고, 배아 상태도 멀쩡해서 이식 후, 바로 임신이 잘 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결국 나와 남편은 현재 의사 선생님을 믿고 끝까지 따라가기로 하였다. 배아이관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현재 선생님의 신뢰가 큰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사 갈 집 위치가 옮길 병원 위치가 더 가까워져서 미래를 생각해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결국, 나와 배아 3형제 모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출처: 핀터레스트 




아기 배아 3형제, 이사 갑니다. 



배아이관은 엄청 어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간단한 과정도 아니다. 

내가 남편과 '직접' 배아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배아를 옮기는 것은 산소통처럼 생긴 배아가 냉동보관된 통을 들고 직접 차로 이동하게 된다. 


이안에 너무너무 소중한 배아 3형제가 들어있다. 



액체 질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운전도 조심조심 진행해야 하고 냉동배아가 보관된 통도 옆으로 떨궈지지 않도록 똑바로 잡고 가야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새 병원에서 냉동배아가 보관될 통 (위사진참고)을 직접 가지고 기존병원에 와서 배아를 넣는다. 그리고 안전하게 새 병원까지 이동한다. 


새 병원과 기존병원의 거리가 약 40분 정도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남편은 엄청 살살 운전하느라 고생하였고, 나 또한 액체질소가 흐르지 않도록 장갑과 긴팔 긴바지로 무장하고 나의 소중한 배아를 운반시켰다. 


긴팔 긴바지를 입는 이유는, 액체질소가 담긴 저 통이 매우 차갑다! 그래서 허벅지로 딱 고정을 시켜놔야 하기 때문에 접촉되면 춥다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그래서 긴바지와 더불어 긴바지와 질소통 사이에 옷을 끼어넣었다. 






이사의 계절, 너와 나 모두 새로운 곳에서 잘될 거야 



왕복 2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기존병원과 새 병원을 조심조심 이동한 결과.. 배아이관을 잘 맞췄다. 

기존병원에서 배아를 질소통에 넣을 때 1초 정도 상온에 노출이 되는데, 혹여 변질이 되지 않을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여정이다. 


이제 시험관을 하다 하다 배아이관까지 하다니.. 


남편과 나는 피식 웃으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험관을 하면서, 이젠 채취와 이식의 일반적인 과정을 넘어서 남들이 다 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 또한 많이 하는 것 같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될 그곳으로 :) 


이제 새로운 병원에서 안전하게 옮겨진 배아를 이식만 하면 된다. 

홀가분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꽤 힘들었지만, 나도 이사를 하니까 어찌 보면 배아도 이사를 하게 된 것은 자연의 흐름(?)과 같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믿고 싶었다. 


둘 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진행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라고 믿는다. 


이사하느라 고생했어, 아기배아 3형제야! 곧 우리 만나자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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