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주 심정지, 계류유산과 소파술로 끝난 6차 시험관 이야기
튼튼이(태명)를 품고 보내준 후, '감히' 글에 이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할 것 같아 글을 쓰지 못하였다.
하지만, 두 달간 우리에게 머물러준 나의 소중한 아가 '튼튼이'를 잘 보내주기 위하여 이 글을 남긴다.
화유(화학적 유산) 후, 우리에게 와준 선물 '튼튼이'
화유를 겪은 후, 한 달 쉬고 다음 달에 이식을 하기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이, 이사도 하고 시험관의 스트레스는 잠시 내려두었다. 인테리어를 찾아가며 집을 꾸미면서 새로운 '아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끝나지 않던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우리는 6번째 이식을 진행하였다.
이 배아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랬다.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던지, 1차 피검 301, 2차 피검 2069라는 놀라운 수치로 임신을 확인하였다.
시험관으로 임신이 되면 다들 공감하듯이, 단계별로 깨야할 퀘스트로 항상 마음 졸이게 된다. 피검사는 통과가 되었지만 난황, 아기집은 안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심장소리는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걱정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걱정과 안도 그리고 놀라움의 변화를 항상 체감하였다.
6번의 시험관동안 남편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이뤄나갔기 때문이다.
걱정도 컸지만 초음파로 난황확인, 아기집확인,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남편과 참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내왔다.
임신 7주, 피고임과 아기집 작음
임신의 행복함도 잠시, 임신 6주 차부터 피 비침이 잦기 시작하였다. 튼튼이의 심장소리도 들은지라 더더욱 소중하고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초음파로 보이는 반짝반짝한 심장을 보면 '무슨 일'은 절대 생겨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피고임이 있지만 심하지 않으니, 누워 안정을 취하라는 말씀이었다.
임신 7주, 피 비침의 이슈가 좀 나아지는 건가 싶더니 일주일마다 찾아갔던 난임 병원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기집이 주수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아기집이 아기에 비해 9일 정도 작네요. 일단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일단은 한주 뒤에 다시 봅시다"
남편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던 날이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 같았다.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의지해 병원에서 나온 그날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에겐 1년 같은 일주일의 시간이 펼쳐졌다.
선생님께서는 소용없다고 하셨지만 미친 사람처럼 블로그나 카페에 나온 속설처럼 물과 이온음료를 무작정 마셨다. 하루에 기본 3L은 마신 것 같다. 피 비침 때문에 계속 누워있어야 하는데, 입덧과 합쳐져서 하루종일 물을 먹으니 속이 메슥거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무슨 일이 절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생긴 아이인데... 절대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1주일의 시간 동안 블로그, 유튜브, 카페등에 나온 아기집작음 관련 글들은 모두 찾아보았다. 많은 수의 글들이 유산으로 마무리되는 글들이 많았다. 그런 글들은 쳐다보지 않았고, 찾고 찾아서 잘 극복했다는 글들만을 읽고 또 읽었다.
그사이, 혹시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주일 안에 다른 산부인과도 가보아서 진찰을 받아보았다. 결과는 모두 같은 내용뿐이었다. '피고임은 크게 이슈가 없고, 아기집이 주수에 비해 작다.' ' 예후가 안 좋을 수 있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원래 무슨 일이던 가장 안 좋은 순간들을 항상 생각하고 대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안 좋은'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기만 해도 내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일 년 같았던 일주일이 흘러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임신 8주, 무사히 고비를 넘기다
떨리는 마음으로 일주일 만에 병원을 찾았다. 다행으로 일주일 사이에 아기집이 여전히 작지만 많이 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9일 차이가 7일 차이로 좁혀졌고 심장소리도 188 bpm으로 건강하게 뛰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그래도 한주정도 경과를 더 지켜보자고 하셨고, 별문제 없으면 다음 주에 졸업을 시켜주겠다고 하셨다.
졸업이라니... 내가 드디어 졸업을 하는 건가? 믿을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희망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셨기에, 난 진료실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기다리고 있을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바로 연락하자 친정엄마는 바로 눈물을 보이셨고, 남편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리가 핸드폰너머로 느껴졌다.
얼마나 이아이가 간절한지 알았기에 너무 힘든 만큼 행복했고 감격스러웠다. 이제 우리 앞으로는 행복한 미래만 남아있는 줄 알았다. 그때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임신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며 행복한 일주일을 보내자고 다짐하였다.
5일 만에, 튼튼이의 심장이 멎다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희망적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피 비침은 여전히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피 비침 이슈는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병원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마다 붉은 피도 비치면서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특히 금요일밤엔 생리통보다 심한 배통증이 새벽 내내 있었다. 아기집이 커지고 자궁이 커지는 신호라고 알고 있어서 우리 튼튼이가 많이 아기집을 키우려나 보네 넘겨보려 했지만 이상한 불안감이 찾아오게 되었다.
우리는 한번 그래도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아볼까 싶어서 토요일 오전에 집 근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그날 그 산부인과에서의 기억은 남편과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겨져있다.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보시면서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하셨다. 어제, 그제정도에 심장이 멈춘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너무 크게 울고 소리를 지르며 이성을 잃었기에 진료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은 바로옆에서 내가 울고 소리 지르는 끔찍한 현장을 소리로만 들었다.
미친 사람처럼 난임병원으로 바로 갔고, 우리는 그날 튼튼이의 심정지로 유산 판정을 받게 되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초기유산은 부모의 잘못이 아니고, 아기 염색체 이상일 확률이 높은 거라 설명해 주시며 아기가 처음부터 약한 아이였다고 설명해 주셨다.
모든 선생님이 공통적으로 말씀 주시는 것은 "내가 진료실에 빨리 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거라는 말씀이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씀해 주신 기억만 든다.
아기집이 작으면 보통 예후가 좋지 않기에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5일 전만 해도 초음파에 반짝이던 심장을 가진 튼튼이를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요한 초음파의 모습 속 사라져 있는 심장의 반짝임을 보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바로 3일 뒤에 소파술 예약을 잡았고 나는 소파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소파술을 앞둔 3일 사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있었다.
가장 큰 결혼기념일 선물이라고 여겨졌던 튼튼이가 가장 큰 슬픔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소파술 진행, 그 후
소파술 진행하는 당일,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익숙하게 눈물을 닦아주며 나를 위로했고 눈이 스르르 감기며 수면마취에 들어갔다. 간호사의 부름에 깨어난 순간부터도 눈물을 내내 흘렸다. 이제 내 뱃속에 튼튼이는 없고 텅 비어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소파수술을 진행한 날 하늘에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하늘도 슬퍼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튼튼이를 보내주게 되었다.
계속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그냥 눈물을 흘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눈물이 멎고 잔잔해지는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튼튼이를 마음속으로 조금씩 보내고 있는 중이다.
나의 아가, 튼튼이에게
이사한 집 거실에서는 앞이 막히지 않던 터라 커튼을 치면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인다.
소파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면 푸른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다. 두 달간 품었던 나의 아가 튼튼이는 이 하늘 위 구름에서 방방 뛰어다니며 행복하게 보내고 있을 것이라 다짐한다.
나의 아가 튼튼이에게
두 달간 너를 품으며 보냈던 시간은 엄마에게 너무나도 큰 행복이었어.
살면서 이러한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해 주어 너무 고마워.
하늘 위 구름에서 행복하게 뛰놀고 있으면, 엄마가 매일 하늘 보며 튼튼이의 행복과 평안을 빌어줄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클 수 있게 해주지 못해 엄마가 많이 미안해
너무나도 건강하고 반짝거리게 뛰던 너의 심장을 엄마는 잊지 못해
두 달 동안 엄마 행복하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그곳에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엄마가 매일매일 하늘 찾아볼게. 많이 사랑해 튼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