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지성, 사용하실래요?
22 day.
두 종류의 지성
두 종류의 지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배우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책과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에서
사실과 개념을 배우고, 새로운 과학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과학에서 정보를 얻는 것처럼
배우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러한 지성을 갖고 세상에서 성공합니다.
당신은 정보를 간직하는 능력에 따라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거나 뒤쳐집니다.
당신은 그 지성을 갖고 지식의 영역 안팎을 거닐면서
당신이 갖고 있는 판 위에 늘 더 많은 점수를 확보합니다.
다른 종류의 판도 있습니다.
이미 완성되어 당신 안에 보존된 판입니다.
스프링 박스에 넘치는 스프링.
가슴 한복판에 있는 새로움.
이 지성은 바래거나 썩지 않습니다.
그것은 액체입니다.
그것은 배관공사 -- 배움의 관을 통해
밖으로부터 안으로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이 두 번째 지식은 당신의 내부에서
밖으로 이동하는 근원입니다.
갈대피리의 노래1. 마울라나 잘랄루딘 루미. 달섬. 2020.
해야 할 일과 루틴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하루의 개막식과 같다.
하나씩 줄을 그어 없애는 기분은 뽀송하게 마른 수건을
개는 듯해서 늘 개운하다.
하지만 그 개운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충만함이 따라오지 않을 때,
잠시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면 내가 무엇을 했냐 보다, 무엇을 살았냐를 묻게 된다.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는 오래전에 이 기분을 알아차린 듯하다.
그는 「두 종류의 지성」이라는 시에서
밖에서 들어오는 지성과 안에서 솟아나는 지성을 노래했다.
학교와 책과 경험, 가르치는 이에게서 배우는 힘,
우리가 흔히 '공부했다'라고 부르는 힘이 첫 번째 지성이다.
그 지성으로 우리는 성장했고, 시험을 통과했고,
삶의 과업과 무게를 감당해 왔다.
외부의 지성은 구글 지도 같다.
빠른 길, 가까운 길, 막힌 길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지도가 알려주지 않는 좁은 사잇길에서
우리를 멈추게 한다.
그때 필요한 건 두 번째 지성이다.
루미가 스프링 박스의 스프링이라고 노래했다.
이미 우리 안에 내장되어 있으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튀어 오르는 지성이다.
눌리면 눌린 만큼 더 높이 솟아나는 탱탱볼처럼
바닥에 던져도 오히려 더 크게 튀어 오른다.
때로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길을 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건 가슴 한복판에서 터져 나온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분명 그런 순간이 많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외부 지성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하는 건,
내 안에서 불쑥 솟는 감응과 직관이었다.
그 순간은 가르침의 형식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책상 앞에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나지 않던 문장이
잠시 산책이나 운동을 하다 무심코 떠올라 순식간에 풀려버린다.
남편을 이해하려고 애써 논리를 갖다 붙이던 순간보다
그의 눈빛 한 줄기에서 진심을 알아차린다.
그건 머리로 배운 것이 아니라,
내 안 어딘가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는 힘이다.
막상 중요한 순간은 책 속의 것들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이 가능하게 했다.
루미는 시로 노래했지만,
그 의미는 지금 우리 삶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외부의 지성을 연마하는 배움의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지성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내부의 지성과 맞닿을 때다.
쌓아 올린 지식이 내 안의 샘과 연결되는 순간,
단순한 정보는 나를 움직이는 지혜가 된다.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목표를 확인하는
외부의 지성은 하루의 길을 닦아주고,
내부의 지성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
둘은 경쟁하지 않는다.
서로를 보완하며,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두 개의 지성.
오늘도 지혜롭게 잘 사용하려 한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모략은 깊은 물 같으니라 그럴지라도 명철한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내느니라
(잠언 20:5)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절 후유증 없는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pixab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