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야 그것이 무슨 맛인지 알게 되었다.
"예? 여그 좀 보시오."
"무엇…?"
"아, 이리 와서 이것 좀 잡숴 보란 말이요."
"어디서 그런 것이 다 났디야?"
"옆집 두부 허는디 갔더만 한 모 줍디다."
"놓아 두었다가 아그덜이나 주지….
"한 모 냉겨 놓았응게 이따 저녁에 청국장이나 낄여서…."
촐촐했던 남정네가 두부 한 모에 따라 주는 막걸리 두어 잔, 아내 옆에서 먹고 나면
담배 한 대 말아 붙이고 트림 한 번 꺼억 하고 인제 호기롭게 마실을 갈 것이다.
이런 남정네의 바깥 일이 뭐 한 가지 안 될 일이 있겠는가?
사람이, 있다고 잘살고 없다고 못사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어머니 적 시절을 다시 생각해 본다….
시인 박형진이 쓴 에세이집 <호박국에 밥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세던>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년 부부의 이런 투박한 애정 표현이란 얼마나 감동적인 것인지.
이 글을 읽고는 예전 어릴 때,
내 생일날 할매가 부엌문을 열고 나만 불러서 손에 쥐어주시던 수수팥떡이 생각났다.
맏손자 탈 없이 오래 살라고, 수수로 떡을 조금 해서는 붉은 팥고물 입힌 말캉한 생일떡.
무슨 은밀한 것인 양 몰래 쥐어 주시던 은근한 할매 눈빛.
나중에야 그것이 무슨 마음인지 알게 되었다.
수수팥떡 말캉한 맛은 기억도 안 나지만, 까칠한 손과 은근한 눈빛만 선하다.
알고 보면 그런 사랑 내게 다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