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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밥 Dec 22. 2021

다시 시작되는 펫로스

EPILOGUE 

다시 시작되는 펫로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바깥 활동이 부쩍 줄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방방곡곡을 누비는 생활을 하다가 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일하며 숨 막힌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약하게 우울증을 앓아 상담도 받았다.


그런 약체의 삶을 사는 내게 환풍구가 있었다면 하루에 한 번씩 나가는 모카와의 산책이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불볕더위와 혹한이 찾아오든 무조건 나가야 했다. 집에서 열심히 놀아준들 산책은 비할 수 없는 반려견의 즐거움, 하루의 기다림이다. 


우울함과 혼곤함 속에서 모카와 나를 연결한 목줄을 바짝 붙잡고 동네부터 먼 데 있는 공원까지 걸어 다녔다.

산책을 다니며 사계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 알아챌 수 있는 특유의 계절 냄새, 꽃과 열매의 번성, 어느 공원의 그늘이 넓고 시원한지, 달갑지 않은 모기의 출현 시기까지. 


반려인이 되기 전엔 둔감했던 사계의 변화와 귀한 풍경을 모카와 함께 즐겼다. 산책을 다니며 우울감을 털어내고 반려인들과 소통도 늘었다. 그렇게 힘을 내 우물에서 빠져나온 나는 여름이를 잃고 다시 모카를 키우며 느낀 점을 찬찬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겨울이었다. 

모카를 키우며 자주 입에 머무른 말은 ‘후회 없이’였다. 충분할 리 없지만, 충분히 사랑하고 추억을 쌓아야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헤어지는 날 가능한 덜 고통스럽고 덜 아프도록 ‘후회 없이’ 키워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반려인으로서 나의 책임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생후 2개월 차에 만난 모카는 이제 2살하고도 8개월의 강아지다. 강아지는 개의 새끼를 뜻하는 단어인데, 나이를 훌쩍 먹은 노견이라도 주인에게는 어린 강아지일 것이 분명하기에 글을 쓰는 내내 개라는 단어 대신 강아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2년 8개월 차의 모카와 마흔을 앞둔 나, 그리고 남편이 있다. 우리는 함께 나이 들고 있으며, 나이 듦이란 개와 사람 모두에게 죽음을 향해 걸어 나가는 성장 과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하루 더 다가간 우리의 삶은 언젠가 모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고 다시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반려생활의 마무리는 다시 펫로스일 수밖에 없다. 남편의 농담과 달리 우리 존재는 불사(不死)가 아니다. 


펫로스(Pet loss)란 반려동물을 잃는 것이다. 사람보다 생이 짧은 반려동물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우리를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반려동물을 ‘잃는다’고 말하지 않으려 한다. 


힘껏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냄은 잃는다의 Loss가 아니라 기억하는 리멤버 펫(Remember pet)이자 마음속에서 영원히 아끼고 사랑하는 펫 러브(Pet love)가 분명하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우리의 숙명이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 안녕하세요. 도란 작가입니다. 

어느덧 4번째 책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모카와의 시간을 기록하고자 소소하게 적어온 글이 세상으로 나간다 하니, 그 어느때보다 뿌듯합니다. 

이번 책은 저와 모카의 성장기입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책임지고 키운다는 건 그 대상만의 성장이 아닌 키우는 자의 성장이 훨씬 큰, 성장의 빚을 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일부를 브런치북으로 소개합니다. 종이책으로 나와있는 <다시 쓰는 반려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지금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오프라인 서점은 지역별로 며칠씩 차이를 두고 만나실 수 있어요.

따뜻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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