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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 Dec 28. 2021

탐욕으로 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필요를 넘어선 욕망의 향연

1. 글을 열며

최근 넷플릭스에서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이란 영화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정치 사회를 적나라하게 풍자합니다. 영화에서 힐러리와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은 마치 매트릭스1(matrix, 1999)에서 '빨간약 파란약'을 권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결국 남이 주는 약이 빨간약이든 파란약이든 녹색약이든 시민 자신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먹어봐야 약쟁이만 될 뿐이라는 메세지가 가득한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톺아볼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는 미국 자본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국가를 인간의 몸에 비유한다면 민주주의는 정신에 해당하고, 자본주의는 육체에 해당합니다. 디카프리오의 필모를 순차적으로 보면, 몸을 먼저 공격하고 그다음 정신 공격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오스카 주연상을 받기 전까지 그에게 그 상을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의 영혼을 추동하는 오스카 상에 대한 욕망을 이용해 뽑아보자라는 이야기였는데, 상을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 2013)에서 샴페인 잔을 드는 찬사를 그에게 보냅니다.


2. 의도된 불편

    영화 초반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할만한 장면들을 반복해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런 자극을 의도했고, 필요했기에 훌륭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장면을 러닝타임 내내 차고 넘치게 보여줍니다. 가령... 긴 설명은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어마어마하고 엄청납니다. 마치 성에 대한 '욕망'을 그것이 실재한다는 듯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반복되는 섹스와 마약 장면은 사실 불편하게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불편함에서 '알겠는데, 알겠어, 그런데 더 할 필요 있을까?'라는 이해 안 되는 상태로 넘어갑니다. '적당히 하자, 알았다고, 적당히 하자.' 바로 이걸 감독이 노렸습니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그래 섹스까지는 좋은데... 약은 좀 작작하자... 자식도 있잖아!'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펼치다가 마지막에 다시 성공적으로 복귀한 디카프리오(조던 벨포트 役)의 강연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3. 왜죠?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
댓 쿼터스 프러엄 예-아 아워 그레잇 마틴 스콜세지!
-봉준호 감독, 제92회 오스카 <감독상> 수상소감 中

    

    이 영화의 감독이 봉준호 감독이 존경을 표했던 마틴 스콜세이지입니다. 이 대가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필요 이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합체 장면이 혹 불편하셨나요? 혹은 끊임없이 약을 하는 행위는 어떠셨는지요? 조금 불편했을지도... 그리고 선을 넘네... 하는 지점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편으로 '돈 만들기'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가장 불편해해야 하고, 이해가 안 가야 하는 건 술도 섹스도 마약도 아니고 바로 돈입니다. 이 영화는 돈이란 매개를 핑계로 분출하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합니다. 사실 이 메시지에 대해 감독은 친절하게도 영화 도입부에서 디카프리오의 대사를 통해 밝힙니다.

술... 섹스... 마약... 무엇보다 날 미치게 하는 건 바로 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디카프리오 내레이션 中


어쩌면 이렇게 영화의 주제를 처음부터 솔직하게 가감 없이 제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비꼬기일 수 있습니다. 전 이 영화의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가 비꼬기, 비틀기의 장인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펜을 잘 판매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그 장면 말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한 번 나왔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비춰주며 그렇게 이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했던 사람들은 이후 뭘 했을까요? 그 눈빛은 이 영화 초반 디카프리오의 그 눈빛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또 다른 디카프리오1, 디카프리오2, 디카프리오3...이 되겠죠. '돈'이란 게, 인간의 탐욕이란 게 그런 겁니다. 자신의 필요를 넘어선 욕망을 끝없이 펼칩니다.


4. 욕망의 빗장을 푼 돈

    한번 무작정 무언가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힘듭니다. 뭐라도 정해야지, 뭐라도 있어야지 상상도 가능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뭐가 있어야 욕망합니다. 돈이란 개념의 발명은 인간이 무한을 본격적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없이 미끄러져가는 욕망이어도 육체의 한계가 있고, 그 대상의 물리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런데 돈이 그 제한을 풀어 버렸습니다.

    

    문제는 돈이란 개념은 무한 증식이 가능하지만 교환 대상인 실물은 한도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돈이란 개념의 탄생은 그 자체로 비극적 요소를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령 돈이 교환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자기 파괴로 수렴될 수밖에 없습니다.1 도니(조니 힐 扮)가 말하는 "무알콜 맥주"와 같은 것입니다.2 그래서 영화는 가장 비극적인 자기 파괴의 순간을 영화 내 최고로 웃긴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디카프리오가 바닥을 기며 혼신의 연기한 바로 그 장면입니다.3


* 이 글은 클리앙에 게시한 글을 2021년 01월 클리앙에 최초 게시 후 다시 다듬어 올립니다. 이 공간에서 클리앙에 올린 글을 차차 다듬어 올리는 동시에 앞으로 여러 감상문을 올릴 예정입니다.

** 여러분의 라이킷은 다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라이킷을 먹고 자라는 호덕 올림.


1. 영화 테넷은 이런 삶의 방식이 갖는 비극이 바로 자기 파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을 할아버지의 역설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스크린 밖 관객에게 보내는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할아버지 역설로 본 테넷>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2. 시골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마트, 슈퍼에 가보시면 찾기 힘든 제품이 바로 '무알콜 맥주'와 '제로 코크'입니다. 밭 일 한참 하고 가짜를 소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3.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4)의 그 연기 천재 꼬마의 재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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