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다.
어제 들어온 아이스크림이 모두 녹았다.
슈퍼맨의 애간장도 녹고 있다.
그럴 땐, 그냥 꽉 안아 주세요.
새벽 CCTV에 누가 똥 싸고 간 게 찍혔다고 한다.
고체가 아니라 액체였다고 한다.
경찰이 묻는다. “처벌을 원하십니까?”
슈퍼맨이 대답했다. “그냥... 벌금형으로 해주세요.”
슈퍼맨은 담배를 꺼냈다.
그럴 땐, 그냥 꽉 안아 주세요.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은행계좌가 닫혔다.
가게 결제 시스템을 전부 바꿔야 한단다.
그 말은, 작은 껌 하나까지 전부 다시 찍어야 하는 막노동.
뉴스에 그런 피해자들들의 절규가 흘러나온다.
슈퍼맨이 울었다.
그럴 땐, 그냥 꽉 안아 주세요.
어떤 장애인이 슈퍼맨을 고소했다.
아스팔트가 낡아서 자신의 통행에 불편을 줬다고 한다.
앞집 코인세탁소도, 저 멀리 맥주집도 똑같이 당했다.
슈퍼맨이 엉엉 울었다.
그럴 땐, 그냥 꽉 안아 주세요.
가게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매일 맥주를 사던 그 단골이, 알고 보니 가방에 맥주를 몰래 넣었다고 한다.
직원 말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다음 날, 또 아무 일 없다는 듯 왔다고 한다.
슈퍼맨이 어이없이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그럴 땐, 그냥 꽉 안아 주세요.
진실한 것은
때론 아무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냥 꽉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친구가 남편이랑 싸운 이야기를 한다.
부러울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슈퍼맨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의 아내는 싸울 수가 없다.
이미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 한복판이라
우리가 싸우면, 그냥 죽음이다.
내 꿈은 스파이의 아내가 되는 것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눈감아주는, 멋지고 신비로운 여자.
그런데 어쩌다 보니 슈퍼맨의 아내가 되어버렸다.
도저히 어떤 겉멋을 부릴 여유가 없다.
신비로운 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