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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뒤에 붙으면 가장 예쁜 말

마음의 동기화

by 보리차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에 가려고 집 문을 열고 나가는 참이었다. 때마침 할아버지와 산책 중인 꼬마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헬로”

나도 너무 반가워서 헬로라고 했다.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거,

쑥스러워서 잘 안 하지만 받을 때만큼은 진짜 기분이 좋다.

인사를 나누려면 눈을 맞춰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타인을 만나면 서로 눈을 피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피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인간의 눈은 동물과 다르게 흰자의 영역이 큰 편이다.

그래서 눈빛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 꼬마와 아이 컨택하는 순간

어떤 순수한 세상에 동기화된 것 같았다.

모자를 두고 나와서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나가는데

몇 발자국 앞에 또 그 꼬마가 있었다.

아까 우리는 인사를 한 사이기에 약간 머쓱해 그냥 스윽 지나가려 했다.

어릴 때 너무 내게 다가오려는 어른은 싫었기에

어린이를 보면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그 꼬마는 나를 다시 발견하자 아까보다 더 반갑게

“헬로 어겐(Hello, again)”이라고 했다.

그 순간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헬로 뒤에 오는 가장 예쁜 말은 어겐이구나.


처음들은 말이라 기분이 좋아서 남편에게 자랑을 했다.

꼬마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고.

“헬로 어겐”

나도 인사한 사람을 또 만나면 똑같이 써먹을 거라고 신나 했다.


“이 말 들어 본 적 있어?”

“어”

“언제?”

“방금 너한테”

미국에서 30년을 넘게 산 사람도 들어 본 적 없는 귀한 말이다.

남편은 지금 나한테 이 말을 들었지만 내가 느낀 귀여운 생글거림은 전혀 모를 거다.

그냥 귀로 듣는 것과 서로의 눈이 마주치며 감정이 동기화되는 건 다른 거니까.

마음과 다른 말은 할 수 있지만

마음과 다른 눈빛은 만들 수 없다.


앞으로 마주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다.

더 자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려고 들이댈 거다.

어느샌가 ‘노 키즈 존’이라는 게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게 있어 어떤 누군가가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전부를 잃는다.


우리 모두가 어린이 었다.

위험해서가 아니라면 어린이가 갈 수 없는 곳은 없다.

어디든 갈 수 있다.

제발 내 주변에 많이 와줬으면 한다.

난 헬로도 하고 헬로 어겐까지 할 준비가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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