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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Oct 07.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장할 엄마 노릇

내 온 삶을 관통하는 입덧

입덧은 내 온몸, 온 삶을 관통하고 있다. 입덧은 내 온 삶, 내 가족의 온 삶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입덧의 고통에 굴복당하느냐 입덧을 굴복시키느냐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간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았다. 하루는 계속 피곤한 육체가 시키는 대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육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다 해 주었다. 머리가 더 깨질 것만 같고 몸은 더 늘어졌다. 다른 방도를 찾았다. 어떻게든 천근만근 무거운 육체를 이끌고 다니며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여 집안일을 해 보았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휴직하고 시간이 많으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읽고 쓰는 일. 읽고 싶은 책도 쓰고 싶은 글도 정말 많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는 다 내려놓아야 할 욕심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지키려고 노력해오던 소신, 계획, 삶의 생활 수칙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두 깨지는 것들을 지켜보는 형벌을 감내해야 했다.


내 몸은, 내 삶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육체의 허물어짐은 결국 정신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씩 우울해졌다. 집에서 아무리 아이들이 난리를 쳐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림자 엄마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우울은 점점 삶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점점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쁜 생각들이 나를 더 깊은 우울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후회와 자책이 마음을 채웠다.

‘그래,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어. 내 나이와 이미 아이가 세 명이나 있는 상황과 처지를 고려했어야 했어. 능력도 안 되면서 욕심만 부린 거야.’

물론, 생명은 인간의 선택 영역이 아니라 신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부부는 조심했어야 했다. 밀려드는 후회와 자책은 이미 늦었을 뿐 아니라 뱃속 아이에게도 미안한 일일 뿐이다. 이 생각들이 드는 것 자체에 죄책감까지 더해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출처 : 픽사베이


 다시 몸을 움직이고 정신과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이러다간 정말 입덧에 굴복당하고 말 것 같다. 아무리 허물어진 육체가 행복 가득하고 긍정적인 정신까지 넘본다 해도 정신까지 허물어져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이 내 삶에 얼마나 많은 풍파와 글감을 가져다줄지 생각해 본다. 지금 단절된 직장 경력, 책 읽고 글 쓰는 삶의 공백은 시간이 지나면 더 크게 채울 수 있다. 지금 느끼는 네 번째 엄마가 되는 고통이 내 삶을 더욱 단단하고 성장하게 할 것을 안다. 올해 8살 6살 5살이 된 우리 아이들은 뱃속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신생아 동생 경험은 귀한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닌 고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엄마 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네 명의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한 강한 엄마로 준비되기 위해 지금 이 입덧이란 고통이 주어졌나 보다. 무용한 것은 없다. 마음 가다듬어 결코 쉽지 않은 이 환장할 엄마 노릇 오늘도 기꺼이 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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