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보증금 500만 원으로 투룸을 구한다는 건 사실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이었다. 발품을 팔아 겨우 찾아낸 방 대부분은 허위 매물이었고, 구두 계약을 해두어도 계약 직전 집주인이 말을 바꿔 가격을 올리거나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시급 0원의 시간은 내 간절함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 채 무정하게 흘러갔다. 어느새 시간은 절반이 지나 첫 번째 주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형.”
금요일 밤, 거실에서 이사 갈 짐을 정리하고 있던 때-정리라고 했지만, 대부분이 필요 없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었다- 진호가 방에서 나와 나를 불렀다. 동생이 먼저 말을 거는 건 드문 일이었다.
“나 일요일에 이사갈거임. 집 구했음.”
“아, 그래?”
“어.”
“짐은?”
“다 쌌는데?”
“벌써?”
“어, 다 쌌지.”
진호는 방문 너머를 가리켰다. 방에 들어가자, 한가운데에 커다란 비닐봉지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비닐봉지 안에는 옷가지가 되는대로 쑤셔 박혀있었다. 이사라기보단 도주에 가까운 행색이었다.
“저게 다야?”
“어.”
“그럼, 저건?”
턱으로 방 안에 있는 낡은 가구들을 가리켰다.
“안 가져가. 책상이랑 컴퓨터만 가지고 갈 거야.”
“나머지는?”
“아, 몰라. 버리고 갈 거임.”
“야, 이걸 다 버리고 가면 처리는 어떻게 할 건데? 폐기물 신고는 했어?”
“아 그게 뭔데-!!”
진호가 짜증을 냈다.
“침대나 책꽂이 같은 건 폐기물 스티커 사서 붙여야 하는 거 몰라?”
“내가 그걸 어케 알아! 몰라, 그냥 버리고 갈 거야.”
“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 안 되긴 뭐가 안 되는데! 내가 버리고 간다는데 어쩔 건데. 어차피 이사 가고 나면 누가 버렸는지 아무도 모를 거 아냐. 내가 어디로 가는지 지들이 어떻게 알 건데. 보니까 맨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더만!”
“야, 나는 여기서 일주일 더 있어야 돼.”
“아 그럼 형이 정리하시든가! 몰라, 귀찮아. 안 해.”
진호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일요일에 뭐 더 도와줄 건 없어?”
“없는데?”
“이삿짐은 어떻게 옮길 거야? 용달은 불렀어?”
“그런 것도 불러야 돼?”
“그럼, 이삿짐을 어떻게 옮기려고…? 용달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에이씨… 개 귀찮네. 이사 한 번 하는데 뭐가 이렇게 할 게 많아.”
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피로감이 파도가 되어 몰아쳤다. 박스도, 용달차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에 한숨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목구멍 깊숙이 삼켰다. 실랑이할 시간조차 낭비였다. 진호를 설득하느니 내가 수습하는 게 빨랐다. ‘귀찮다’, ‘네가 해라’라는 말이 혀에 씁쓸하게 맴돌았다.
“그럼 내가 모레 불러 놓을 테니까 그걸로 이사해. 몇 시까지 부르면 돼?”
“몰라. 집주인이랑은 11시에 만나기로 했어.”
“이사 하는 데는 어딘데?”
“그런 건 꼬치꼬치 왜 캐묻는데?”
진호의 날 선 대답이 튀어나왔다. 귀찮음을 감추려는 의지조차 없는 목소리였다.
“얼마나 걸릴지 알아야 미리 차를 부를 거 아냐.”
“공단 쪽이야. 회사 근처.”
“그럼 9시 30분까지 불러놓을게. 1톤짜리면 되지?”
“아 그런 거 몰른다니까?”
“알아서 부를게 그럼.”
“이제 끝이지?”
“어.”
“그럼 나가. 나 게임하게.”
“아, 그래.”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문틈 사이로 친구들과 고함을 지르며 떠드는 진호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실에 쌓인 너저분한 박스 위에 주저앉아 다시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다. 손끝에 묻은 먼지가 쓰라렸다.
진호가 이사하는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들리던 빗소리는 아침 8시를 기점으로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흔해 빠진 드라마 클리셰 같은 상황. 유치한 세상이다, 정말. 비 때문인지 잔뜩 독이 오른 진호는 아침부터 날카롭게 가시를 세웠다.
“아, 씨발. 뭔 비가 오고 지랄이야, 진짜.”
책상 모서리를 잡고 계단을 내려가던 진호가 욕을 내뱉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반복해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옮겼다. 젖은 신발이 층계에 닿을 때 마다 삑, 삑-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짐을 다 내놓고 현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용달차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었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앞에 두고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습한 공기 속으로 희뿌연 연기가 무겁게 흩어졌다. 5층 계단을 몇 차례고 왕복한 탓에 종아리가 단단하게 부어올랐다. 내 옆에 선 진호는 말없이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색하지만 우리에겐 가장 익숙한 풍경이었다.
9시 35분, 방수 커버를 씌운 파란 트럭 한 대가 아파트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현관 앞에 멈춰 선 트럭에는 미리 연락받았던 숫자와 같은 번호판이 붙어있었다. 기사에게 대충 목례를 하고 짐을 싣기 시작했다. 짐이랄 것도 없었다. 비닐봉지 몇 개와, 책상, 컴퓨터. 그게 다였다. 현관 발치와 트럭 사이에 생긴 진흙탕을 피하느라 신발과 바짓단이 엉망이 된 것 말고는 모든것이 수월했다.
트럭은 공단 근처에 있는 신축 원룸촌 앞에 멈춰 섰다. 진호의 새집은 1층이었다. 계단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진호의 삶은 나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방은 깨끗했고 세탁기와 냉장고, 침대, 에어컨이 군더더기없이 들어맞아 있었다. 인터넷도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내가 알아보던 곰팡이 핀 방들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방 같지도 않은 공간 하나가 혹처럼 붙어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내 삶은 지하실로 밀려났고 진호의 삶은 지상에 안착했다는 사실이 기괴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이제 다 된 거지?”
“어.”
“계약은 11시라고 했나?”
“어.”
“짐 정리 같은 건 안 도와줘도 되지?”
“어~”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수고해. 잘 지내고.”
진호는 여전히 귀찮아했다. 서둘러 방을 나왔다. 그 공간에 더 머물러 있다간 눈물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 억울해서였다. 제 마음대로 살아온 놈은 지상의 쾌적함을 누리는데, 왜 나는 빗물에 절은 골목을 헤매야 하는가. 이건 주제넘은 선의에 대한 죗값인 걸까.
“젠장…”
낮게 읊조리며 물웅덩이를 걷어찼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등줄기를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다. 터덜터덜 걷는 내 발소리는 빗소리에 삼켜져 침묵했다.
“502호 시죠?”
집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가려던 찰나, 빨간 우산을 쓴 여자가 나를 멈춰 세웠다. 한 시간 가까이 비를 맞은 탓에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꾸하자, 여자의 날 선 추궁이 쏟아졌다.
“관리소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이사하셨어요?”
“아, 네…”
“아니~ 이사를 하시면 얘기를 하고 가셔야지… 관리비도 밀렸는데 처리도 안 하고… 수도 검침도 안 하고 그냥 이사를 가버리면 어떡해요?”
“동생만 나간 거예요. 저는 다음 주에 나가요.”
최대한 힘을 짜내어 대답했다. 하지만 여자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는 듯 목소리는 한층 격양되어 있었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사를 하는 거면 미리 연락을 줘야죠! 그게 상식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그리고 잘 몰랐습니다.”
“모르면 다예요? 이사 한 번 가고 나면 여기서 처리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어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자기 생각밖에 안 하는지 몰라…”
‘자기 생각밖에 안 한다’고? 내가 정말 그랬다면 지금 이 시궁창에 서 있지도 않았을 거다. 이를 악물었다. 후두부에 통증이 느껴졌다. 전후 사정도 모르고 되는대로 내뱉는 말들이 칼날처럼 박혔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사과를 선택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아휴, 죄송이고 뭐고… 관리비 정산부터 하세요. 따라와요.”
여자는 우산을 펴고 성큼성큼 앞서갔다. 다시 비를 맞으며 여자의 뒤를 따랐다. 아파트 후미진 곳에 있는 화단에 다다르자 회색 컨테이너 하나가 우악스럽게 박혀있었다. 한참 앞서가던 여자가 컨테이너 안으로 휙 하고 들어갔다. 느린 걸음으로 간신히 컨테이너 앞까지 다다르자 철로 된 문 옆에 ‘관리사무소’라고 세로로 쓰인 나무 명패가 달려있는게 보였다. 철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대형 에어컨이 뿜어내는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부르르, 몸이 떨렸다. 비에 젖은 살갗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먼저 도착해있던 여자는 내가 바닥으로 뚝뚝 흘려대는 빗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계산기에만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타닥, 타닥, 탁-
기계적인 타건음이 얼어붙은 공기를 무심하게 때려댔다. 나는 두 팔로 닭살이 돋은 팔뚝을 쓸어내렸다. 여자는 종이에 무언가를 한참 계산하더니, 프린터에서 종이 한 장을 뽑아 나에게 내밀었다.
“관리비 고지서에요. 8개월 치 64만 원이고요. 원래 한달 한달 따로 나가는 건데, 편하시라고 아예 한꺼번에 정리해서 새로 주는 거예요.”
여자는 ‘편하게 정리해서 새로 주는 거다’라는 부분에 유난히 힘을 주어 말했다.
“거기 아래에 입금 계좌 있으니까, 입금하신 다음에 저한테 전화 주세요. 전화번호도 거기 적혀 있으니까. 아셨죠? 그리고 전기세랑 가스 요금은 이사가기 전날에 연락하신 다음에 이사하는 날에 한번에 정산하시고요. 수도 검침은 이삿날 오전에 관리소 쪽에서 사람이 갈 거니까 그때 문 열어주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요…”
여자는 운을 뗀 뒤 잠시 뜸을 들였다.
“…다른 데 가셔서는 이렇게 하지 마세요. 민폐에요, 민폐. 관리비를 8개월씩이나 밀리는 집이 어딨어요?”
민폐. 그 단어가 가슴 깊숙한 곳에 쐐기처럼 박혔다.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저지른 일이라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입을 닫았다. 피곤했다. 그저 빨리 이 지옥 같은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오랫동안 몸을 지졌다. 아직 가스가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옷을 갈아입은 다음,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진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이 남기고 간 짐, 아니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형이 정리하든가.’
진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쓸쓸함보다는 지독한 피로감이 앞섰다. 거실로 나와 대용량 쓰레기봉투 몇 장을 쥐어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바스락, 바스락.
비닐 소리가 쓰레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참 정리를 하던 중, 버려진 책들 틈새에서 낯익은 앨범 하나가 손에 잡혔다. 귀퉁이가 헤진 붉은색 벨벳 커버. 안을 펼쳐보자 거기에는 아직 ‘네 명’이었던 우리 가족이 있었다.
놀이동산에서 함께 브이 자를 한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가족 사진. 나와 진호가 내복차림으로 온 얼굴에 양념을 묻혀가며 치킨을 먹고 있는 사진. 엄마가 갓난아이인 나를 안고 웃고 있는 사진. 젊은 시절의 엄마와 아버지가 다정하게 앉아있는 사진…
나는 가만히 사진 속 시간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책장을 덮은 다음 쓰레기봉투 안으로 밀어넣었다. ‘부스럭’하는 비닐 소리가 사진 속 네 사람의 웃음소리를 함께 집어삼켰다. 다시 거실에는 메마른 비닐 소리만이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