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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림 Aug 16. 2023

어벤저스 같이 든든한 동료를 얻는 방법

손해 본다는 느낌으로 살면 외려 더 큰걸 얻는다는 삶의 비밀

2021년부터 김포의 숲에서 숲해설가로 일하고 있다. 수업이 있는 날에만 출근하는 숲학교와 달리 일반 회사처럼 정해진 시각에 출퇴근하고, 수업과 식생조사도 하며 사무실에서 사무 업무도 하고 동료들과 회의도 한다. 사무실이 공원 안에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언제든 풀과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으뜸가는 근무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기저귀 찬 아이부터 건강한 어르신들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사람들과 숲에서 만난다. 다양한 사람들 만나길 좋아하는 나에게 딱 알맞은 일이다.


과천의 숲학교에서 네 달쯤 일하며 여러 반을 맡고 있을 때였다. 전문가과정 공부를 같이 했던 동기 한 분이 연락을 해왔다. 김포에서 일해볼 생각 있느냐고. 여섯 명의 인원을 모두 동기들로 꾸리고 있다는 말에 기쁘게 합류하기로 했다. 좋아해 마지않는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니! 마침 모두 쉬는 중이거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렇다 할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인생은 타이밍. 덕분에 우리 여섯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그 후로 김포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숲을 누비고 있다. 한 곳에서 3년을 일한다는 건 운이 좋은 케이스다. 숲유치원 같은 곳에서 교사로 일하거나 특정 기관에 소속되어 정규직으로 꾸준히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는 주로 1~2년 계약직으로 일했다. 매년 일할 곳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있다. 감안하고 이 길에 뛰어든 거니 후회는 없다. 본디 세상만사에는 양면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필시 따라오기 마련이니 나쁨은 줄이고, 좋음은 키워가며 살아야지. (이러니 꼭 무슨 도사님 같지만, 이전에도 썼듯 나는 아직 '창창한' 30대이다.)


아무튼 3년째 같은 자리에 있으니 재미있는 일도 있다. 주중에는 유아와 초등학생들을 만나고, 주말에는 가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난 사람들을 또 만나기도 하는 거다. 다섯 살 개구쟁이는 여섯 살의 지성을 겸비한 업그레이드 개구쟁이가 되어 나타나고, 곤충에 관심 많던 3학년 어린이는 5학년이 되어 제법 의젓함을 부린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단체로 왔던 귀여운 꼬마 친구가 주말에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이와 부모님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 때면, 기억 안나도 나는 척 반갑게, 기억이 나면 더욱 반갑게 그들을 맞는다. 반년도 더 지났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스치는 인연, 가벼운 인연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동료들 덕분이다.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김포에서도 매년 입찰을 통해 생태 체험 프로그램 진행 업체를 선정하는데, 팀장님의 노고 덕에 선정 업체와 계약해 일할 수 있었다. 물론 운이 따라 준 부분도 있지만 우리 팀이 흩어지지 않고 3년째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수고로움과 애씀 덕이 크다. 직장인들의 퇴사 사유를 보면 업무보다는 대인관계인 경우가 많던데, 배려하고 솔선하며 서로를 성장케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이 또한 복이다. 그들이 좋은 사람인 것도 맞지만, 그보다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도록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손해보지 않으려, 내 것을 더 챙기려 아득바득하다 보면 결국 손에 있는 것마저 빠져나가 버린다는 걸 안다. 조금 손해 본다는 느낌으로, 내 것을 양보하는 마음으로 지내면 오히려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 커진다는 걸, 그들과 함께 일하며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복을 내리는 어떤 존재가 있다면, 이토록 많은 인복을 내려주신 그에게 참 감사할 따름이다.


한 해가 기울 때쯤이면 나와 동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년에도 이곳에서 함께 일하게 해 달라'라고. 재작년에는 제주도로 함께 떠난 여행에서 탑돌이를 하며 빌었고 ―그 모습이 서로 우스워 깔깔 거리며 탑을 돌았지만 모두 진심을 담았을 거란 걸 안다― , 작년 겨울에는 민주지산의 작은 흙집 안에 동그랗게 마주 앉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함께 하는 다음 해를 그렸다. 올해 2월, 다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가 마음 내려놓고 기뻐했던 것처럼 이듬해에도 그럴 수 있길 희원한다.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을 고루 갖춘 어벤저스 동료들은 쉽사리 얻을 수 없는 귀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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