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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 둘인 며느리의 후회

로키 할아버지 바이바이

by 청크리

그저 누군가 한 명에게라도 닿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과거의 나처럼 위태로운 상황의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 굳이 자폐 스펙트럼 맘이 아니어도 모든 게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공식적인 연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난 그렇게 매주 금요일이면 꼬박꼬박 글을 올렸다.


그런데 최근에 나의 지난 글에 등장하셨던 로키 할아버지께서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나는 이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글이 하늘에도 닿을 수 있을까.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은데, 전하지 못한 고마움이 차고 넘치는데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계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시고 박학다식하셨던 H 시아버지를 생전에 인터뷰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분의 일대기를 기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만 남는 밤에 끄적이다 깨닫는다. 이제는 시아버지가 단 한 명이라는 것을. 사실은 가정사가 복잡할 때면 시댁이 둘인 게 참 싫었는데 지금의 난 전혀 기쁘지 않다.


계속해서 시댁이 둘인 며느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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