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은어렵다
처음으로 저예산 장편영화 스태프 일을 했다.
꿈에 그리던 영화. 정말 본격적인 ‘영화 일’이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는 수십 년간 이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던 스태프 B님에게 물었다.
“영화가 계속 좋으세요?”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긴장과 함께 적막이 흘렀다.
“야 내가 딴 거 할 줄 아는 게 있었잖아? 진작 때려쳤어.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하는 거지 뭐.
뒤돌아보니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더라고.”
......뭐 이런 얘기가 다 있어?
사랑, 열정, 낭만, 꿈.
이런 단어 하나쯤은 들어가는 대답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영화잖아 영화!
*
2015년, 스물 여섯의 나는 저예산 장편영화 연출부로 일했다.
10대 때부터 짝사랑만 하던 영화와 실제로 만난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10년 뒤,
2025년. 서른 여섯이 된 나는 저예산 장편영화 연출로 첫 작품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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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0년간 어떻게 해서 저예산 장편영화 연출이라도 하게 되었는지 같은,
그런 정보를 주는 글이 아니다.
애초에 정보를 줄 수 있을 만큼 무언가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이 판에 ‘정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혹시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니 그런 비스무리한 것을 원하는 분들은 다른 곳을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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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저 13살부터 영화를 짝사랑해왔던 내가,
영화 일을 해보려고 발악했던 10년간의 기록이다.
기록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록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보내온 10년이 너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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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또 복권이다.
10년간 열심히 긁어도 당첨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10년이면 다행이지.
평생을 긁어도 당첨되지 않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젠장.
그러나 꼭 당첨자만 우승자이고 승자일까?
나는 당첨자가 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미당첨자가 되고 싶다.
내가 영화를 짝사랑 해온 10년이, 또 다른 창작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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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 덧붙인다.
이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편파적이고 제멋대로 해석한 영화 제작 과정의 기록이다.
프로필에도 써 놨는데 여기에 이 말을 또 하는 이유는
앞으로 내가 쓰게 될 내용 중 무언가 동의가 안 돼도
‘이 사람 존나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넘어가 주시라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아주 혹시나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이 이 공간을 발견해도
만났을 때 절대로 아는 척 하지 말고, 글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 달라는 부탁도 드린다.
제발.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