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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작은 더욱 깊은 발전으로

그 호수에 가보지 않고 쓰여진 곡

by 혜아



웅장하게 펼쳐진 도로를 달리고 달려, 형용할 수 없게 아름다운 그 호수 앞에 도착했다. 레이크 루이스는 1884년 당시 영국의 대공주 루이즈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세계 10대 절경, 로키의 보석! 레이크 루이스에 따라붙는 거짓 없는 수식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눈앞에 보이는 호수의 침착함을 담으려고 카메라의 동그란 버튼을 바쁘게 눌러보지만, 프로급 카메라의 더 강력해진 성능을 강조하던 애플의 광고가 무색해질 뿐이다.


호수 주변으로 빅토리아 산맥이 양쪽으로 자리를 버티고 서있는 모습은 거의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에메랄드 빛 호수 위로 고상하게 뻗어있는 침엽수, 그 아래 싱그럽게 떠다니는 붉은 카약의 모습은 좀 비현실적이다. 자연이 주는 숭고함 앞에서 우리는 작아질 뿐이지만 그 느낌은 되려 마음속에 용기, 다짐, 자신감, 자유, 의지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레이크 루이스 하면 떠오르는 피아노 연주곡이 있다.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

이 연주곡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고정관념이 개입된 두 가지의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첫째. 유키 구라모토는 레이크 루이스에 먼저 방문한 후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곡을 작곡했을 것이다.

둘째. 이런 연주곡을 작곡한 천재는 유년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평생을 피아노 앞에서만 보냈을 것이다.


예상되는 것과 같이, 두 가지 모두 틀린 생각이다.

첫째. 유키 구라모토는 33살에 레이크 루이스를 작곡하였다. 곡이 먼저 만들어졌고, 곡에 어울리는 제목이 나중에 붙여졌다. 그는 곡이 탄생한 후에 레이크 루이스를 세 번 다녀왔다.


둘째. 이런 연주곡을 작곡한 천재는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하였고, 35세이던 1986년에 본격적으로 음악가로 데뷔했다. 레이크 루이스는 자신의 노력의 결실과도 같은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와 편곡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서른 중반에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연주 실력으로 보면 자신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50~60%의 수준에서 시작했다고. 연주자로서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발전할 여지가 더 많다고 말한다. 어느새 70대를 넘어선 다정한 음악가는 "내일은 더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9세에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레이먼드 챈들러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그의 여러 단편소설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경이로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건 아름다운 자연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레이크 루이스 앞에서 생각했어요.



P.S. 유키 구라모토에 대한 정보는 topclass 매거진의 김민희 기자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6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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