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사재기 하는 품목은 몇 안된다.
좋아하는 주방세제, 세탁세제, 그리고 화장지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살림 살다보면 군더더기가 늘어난다.
다행히 장은 그때그때 봐서 해먹는 편이고 저장용음식은 내가 만드는 김치, 피클, 청 정도 뿐이라 냉장고는 항상 한산하다.
이정도면 미니멀 라이프 아닌가 생각도 했다.
그러다 어느 책에서 보길,
당장 내가 어찌되도 남부끄럽지 않게 내 스스로 정리해 둔다 라고 하길래.
느끼는 바가 많았다.
오래된 서류함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통지표부터 시작해서 상장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 대학때 받아본 몇 안되는 소중한? 러브레터들이 있었다.
적당히 때묻고 낡은 그것들이 나를 보는 것같아 미처 버리지 못했었다.
그래도 더 나이먹으면 자식 앞에 이 엄마가 이렇게 살았다. 보여줘야지. 나중에 혹시 아이가 나와 같은 대학에 입학한다면 내보이면서 동문이라고 기뻐해야지 했었다.
대학가서 처음 쓴 소설도 있고 젊은 날 번뜩이는 감수성으로 쓴 시도 좀 있었다.
그때는 크게 보이고 자랑스러웠는데 지금와서 보니 다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나에게나 의미있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내가 걸친 옷 구경하는 그 이상도 아니겠더라.
체취가 배여있는 남의 옷은 나에게 별 감흥이 되지 않는 것처럼.
라떼는 카페가서나 찾아야지 고루한 걸 붙잡고 추억에 빠져 나조차도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겠더라.
내가 버릴 것은 내 과거였다. 그래야 현재를 산다.
나이 먹으면 머리숱많고 배 안나온 사람이 승자라는데 거기에 치중하자고 다짐했다.
내가 가입한 밴드에서 아이디를 정하라길래.
"청춘도 버렸는데 널 못 버려"
무슨 물건이든지 내가 떠나 보낸 청춘보다 귀한 것은 없더라.
버릴때 아쉬운 마음이 들어도 청춘도 버렸는데 널 못 버려? 중얼거리면 한결 버리기 쉬웠다.
그 결과, 싸악 다 버렸다.
----인생이 리셋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시간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머리카락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