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무 무서웠다. 전혀 기억도 나질 않는데 착용하면 라벤더 향기가 나는 안대가 뜯겨져 있었다. 나는 비닐를 벗긴 기억도, 쓴 기억도 없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집 구조가 조금 바뀌었다. 아마도 이건 내가 수면제를 먹은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하다. 자신이 하는 행동을 인지 하지 못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이 두렵다. 며칠간은 귀에서 소리가 났다. 수시로 멍해지면서 한 쪽이 안 들리고, 몸은 비틀비틀 거렸다. 기억력 또한 다시 안 좋아졌다. 거북이를 코끼리 라고 하거나 그냥 대충 글자 수만 맞으면 아무 단어나 내 뱉었다. 말도 생각도 너무 너무 빨라졌다. 한 번에 4-5가지 감각이 꿈틀 거린다. 기상 시 침대에서 단번에 일어날 수가 없어서 몇 분을 앉아 있어야 걸을 수 있다. 나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버겁다. 물론 잔잔한 날도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도 없는 주에는 차라리 입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입원비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가족이 도와 주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난 가족이 없지만) 자신도 고민 했었지만 그럴 바에 내가 매일 병원에 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만약 예전에 했던 시도를 다시 한다면 본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내 자아가 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확신 했었는데 지금은 나를 뭐라고 설명 하지도 못하겠다. 나는 멍청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뛰어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내 자신을 잘 알고 사람을 알고 싶어 하고 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호기심이 있는 자는 절대로 무지하지 않다. 그런데 그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을 삼일 동안 1분도 못 잔 적이 있다. 정말 술에 잔뜩 취한 사람처럼 된다. 연예인들이 왜 그렇게 예민해 지는지 몹시 이해가 됐다. 자꾸만 내가 한 말들을 기억 못하고 내가 쓴 글들을 이해 못 하고 내가 하는 행동을 알 수 없다면 나는 짐승인 걸까. 두렵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나는 약을 많이 먹지만 나아지기 위해서 그 알약들을 다 삼키는 것이다. 피하지 않고 도망 가지 않고 최대한 노력 중인 거다. 그런데 이걸 무기로 삼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았다. 나는 절대로 그런 마음이 없으며 생각 조차 하지 못했던 의견이라 매우 속상했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다는 거다.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진정 답을 찾지 못할지라도 그냥 계속하는 그런 사람들과 말하고 싶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도 의견을 나누거나 답을 원하지 않아서 토론하거나, 난 이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얼마나 엉망진창일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서울역이나 신촌 아니면 종로 어딘가에 쓰여 있는 말도 안되는 이상한 단어의 조합들 그런 글을 쓰는 아픈 아니 병을 가진 이들처럼 보일까봐 조마조마하다. 그 사람들을 비난 할 수도 동정 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가 아무리 말해줘도 내 스스로는 계속 의문을 품고 있다. 나는 인간의 존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자이고, 적어도 늘 질문 하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잘 믿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깊이 들어 가면 내 마음 안에 커다랗고 높은 벽이 있다. 요 근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게 회복 되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애초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자책을 하게 된다. 자기 전 이런저런 말거리가 머리 안을 마구 뛰어 다녀서 그 방향과 속도대로 적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블로그 글을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은 어디에 존재 하고 있는가. 또 이렇게 늦게 잠을 들게 되겠지 하지만 괜찮다. 내겐 수면제가 있으니까. 그것도 아주 강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