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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by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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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일곱 살이 많은 그녀를 만난 건 거의 일 년 만이었다. 풍채가 좋고 쾌활하며 카리스마가 넘치던 사람이었다. 10킬로그램쯤 살을 빼고 나타난 그녀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풍겼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까만 니트 원피스가 잘 어울렸다.


“왜 이렇게 날씬해졌어요?”

내가 물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렇게 됐어요.” 그녀가 대답하며 다시 물었다. “전과 다른 지금 어때요?”

나는 빨리 대답하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긍정? 혹은 부정?”

“반반이요……”

예뻐졌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묻혀버렸다. 그 말도 맞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줄어든 모습이 여성스러우면서도 전에 없던 예민함이 묻어났다.


오직 먹는 것으로만 세상과 화해하는 나도 요즘 몸무게가 1~2킬로 줄었다. 소화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고난 식탐이 있으니까, 곧 회복할 것이다. 좀 통통한 편인 나는 평소의 몸무게를 유지했을 때 뭔가 할 의욕도 생기고 활기도 있다. 다만 건강을 위해 자주 일어나서 움직이고 좀 더 걸으려고 노력한다.

필요 이상으로 날씬해지는 게 모두의 목표는 아니다.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은 백화점 고급 브랜드의 바지는 안 사 입으면 그만이다.

……이토록 결연할 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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