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로 작년엔 많이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 포함해서 다섯 명만 단출하게 모였다. 밖에서 점심을 먹었고, 차는 아버지 집에서 마시기로 했다. 녹차 케이크와 유자차를 마셨다. 안마의자에 앉은 남편을 빼고 믹스커피도 한 잔씩 더 마셨다. 아버지가 티브이를 틀었다. 트로트가 나왔다. 소리가 컸다.
나와 동생은 싱크대와 냉장고, 창고를 열어보고 생필품이 떨어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주문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동생이 식탁 앞에 서서 아버지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 좋아서 집중하면 항상 저런 표정이야.”
동생이 말했다.
“그래?”
아버지는 코 평수를 넓히고 인중을 길게 늘인 다음 입을 조금 내민 모습으로 티브이 가까이에 놓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식사할 때 옆에 앉아서 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덜었고 맛있는 반찬을 가까이 놓았지만, 얼굴을 자세히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트로트 재밌어요?”
내가 물었다.
“어어? ……어, 잘해.”
젊었을 때는 가요도 안 듣던 아버지가 말했다. 어디 가서 노래 부를 일이 있으면 <선구자> 같은 걸 불러서 분위기 다 깨 놓았다고 했던 엄마 말이 떠올랐다.
“이제들 가라.”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아버지가 말했다.
저녁으로 뭘 먹을지 동생과 의논하던 중이었다. 아버지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그럼 쉬세요. 나오지 마시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다 보니 어두운 베란다에서 잘 가라고 팔을 흔드는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 차창을 열고 뒤늦게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