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식탐탐 07화

홀수의 기적

하나를 나누면 둘이 되는구나

by 구멍난 숟가락
사브레쿠키.jpg



뭐 먹을 때 개수 세는 분 있으신지.

나는 센다. 남보다 더 차지하려는 건 아니다. 식탐 많은 자매들 사이에서 자라서인지 한 사람당 몇 개가 배정돼야 정당한지 가늠해볼 뿐이다. 아, 먹을 것에 이름표를 붙여 냉장고에 넣어놨던 어린 시절 수많은 나날들. 이젠 먹을 걸 두고 경쟁할 필요도, 뺏어먹을 사람도 없건만 여전히 나는 먹을 게 앞에 있으면 몇 개인지 헤아린다. 뭔가를 먹다가 남편에게 “이건 오빠 거예요.”라든지 “이제 오빠가 다 드시면 돼요”하고 말해서 남편 눈이 동그래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에 말차 빼빼로를 샀다. 개수를 세어보니 9개였다! 짝수가 아니라 홀수였다. 셋이라면 세 개씩 먹으면 되니 문제 없겠지. 하지만 둘이라면? 혹은 넷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빼빼로는 짝수로 들어 있어야 하지 않나. 빼빼로는 손잡이가 하나라 나누기 곤란하다. 위아래로 손잡이를 두 개 만들면 또 몰라도. 게다가 9개는 좀 애매하다. 먹다만 느낌이 든다. 같은 홀수라도 11개라면, 둘이서 다섯 개씩 먹고 남은 하나는 상대방에게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너 먹어.”

“아니야, 너 먹어.”

“아니, 네가.”

“아니 아니, 네가”

이러다 분위기가 좋으면 둘이서 빼빼로 먹기 게임을 시전해볼 수도 있고.


빼빼로 말고도 여러 가공식품의 개수를 셌다. 내 뇌리에 깊이 박힌 홀수 식품은 동원 새우 하가우였다. 만두야말로 짝수여야 하지 않나. 만두만큼은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하게 내 몫을 먹고 싶다. 물론 남편은 눈치를 주기는 커녕 자기 몫까지 나에게 양보한다. 근데 그거 아시려나. 배려나 양보 없이, 거칠 것 없이 양껏 먹고픈 마음을! 그 즐거움을! 홀수로 포장된 식품은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눈치를 끼어 파는 셈이다.


그러다 이번 생일에 받은 선물로 인해 홀수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보자마자 “와아!” 탄성이 나오는 분홍빛 틴케이스에 들어 있는 건 살구칩이 박힌 사브레였다. 4개씩 투명 비닐에 포장된 사브레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하나 뜯으면 둘이서 두 개씩 먹을 수 있으니, 커피 마실 때 딱이었다. 먹다가 모자란다 싶으면 하나 더 뜯어서 두 개씩 먹으면 됐다.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 만든 제품다웠다. 4개 들이 과자 두 봉지를 접시에 담고 커피를 내려 남편과 나란히 앉았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내 몫의 과자 네 개를 먹었다. 어느덧 과자는 딱 하나가 남았다. 남편 몫이었다. 나와는 달리 식탐이 전혀 없는 남편은 쉽사리 과자를 들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셔갈 무렵에서야 과자를 집었다. 근데 반을 쪼개는 것이었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설마 나 주려고요?”

“네”

“그건 오빠 건데요?”

남편은 “알아요” 하면서 웃었다. 버터처럼 부드럽고도 풍만한 웃음이었다. “어서 먹어요, 어서” 남편은 입에 넣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쿠키 반쪽을 먹는 순간, 달콤함과 함께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 하나를 나누면 둘이 되는구나.

세상의 모든 홀수는 나누면 짝수가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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