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들쭉날쭉하다. 하루는 얇은 옷 하나만 입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가 바로 다음날이면 두툼한 바람막이를 걸치지 않으면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봄비가 내려 이제야 날이 좀 풀릴까 싶었는데 아직도 날씨는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나 보다. 그야말로 아차 하는 순간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다. 코로나에 시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환절기에 몸을 사리기 바쁘다. 제대로 감기몸살에 걸리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기에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감기 기운이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절 변화를 둔한 몸과 마음이 도통 따라잡질 못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나갔는데, 전날 화창했던 날씨를 떠올리고서 셔츠 한 장에 얇은 바람막이만 입고 집을 나섰다. 저녁 약속이란 걸 간과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도심은 생각지도 못한 한기를 품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4월답지 않은 공기에 깜짝 놀라 친구들과 춥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전에도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빡빡한 회사 일정으로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았는데, 그날을 기점으로 감기 기운을 달고 사는 지경이 이르렀다. 쉬는 날에는 전기장판으로 뜨끈뜨끈하게 달군 침대 위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 있는데도 그때만 잠깐 괜찮아질 뿐이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데 테라플루와 타이레놀로는 해결되지 않아 살짝 골치가 아픈 상태랄까. 엄마는 이미 감기에 된통 걸려 병원 약만 두 번째 처방받았다. 환절기 감기는 길었던 겨울을 가볍게 털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질척이고 끈질기다. 몸이 가볍지 않으니 일상에서도 의욕을 내기가 쉽지 않다. 글감을 떠올리며 꾸준히 무언가를 써야 할 텐데 큰일이다.
이렇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따끈한 국물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나는 매운맛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집이나 회사에서 내가 즐겨 먹는 맵기로 식사를 하면 주변에서 괜찮겠냐며 걱정하는데 이것도 어렸을 때보단 매운맛 강도가 약해진 거라 말하면 놀라곤 한다. 20대 때만 해도 엽기떡볶이 매운맛을 혼자서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였다-가족들과 같이 먹고자 샀지만 나 말고는 그 누구도 입을 대지 않았다-. 그때는 목구멍을 따가울 정도로 자극적인 매운맛을 일부러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그 정도까지는 위에 부담이 되는 것 같아 나름대로 적당한 맵기로 먹는다.
평소와 달리 몸이 안 좋을 때 찾아 먹는 국물 음식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매워야 한다. 이런 취향을 적용하려 이것저것에 도전하다 정착한 음식이 있다. 바로 쌀국수다. 동네 주변 어디를 가도 쌀국수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볼 수 있어 접근성도 좋고 가격대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혼밥을 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라 가볍게 들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핫소스 또는 칠리소스다. 가게마다 다른데 보통 해선장과 칠리소스만 놓인 곳이 있고, 이 둘에 핫소스를 따로 비치해두기도 한다. 칠리든 핫이든 매운맛에 특화된 소스들이다. 국수 위에 고명처럼 올린 고기와 숙주를 먼저 집어 먹다가 앞접시에 양파절임과 면을 가득 담아 핫소스를 듬뿍 뿌린다. 엄청 매운 비빔국수를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남은 국물에도 핫소스를 조금 뿌려 마지막까지 얼큰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코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렇게 나만의 먹방을 한껏 즐기고 집으로 가는 길은 몸속까지 따끈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미소가 지어진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집에 돌아와 기분 좋게 누워 잠에 들면 감기기운이 저 멀리 물러가는 기분이다. 임시방편일지라도 마음이 풀어지면 경직돼 있던 몸도 같이 말랑해지는 법이다. 똘똘 뭉쳐 있는 감기기운이 흐물흐물해지다 얼른 녹아내리길 바라며 이번 주도 뜨끈하게 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