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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Nov 17. 2019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게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원래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대부분의 도전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렸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없는 사람, 독한 마음이 없는 아이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렸는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한다는 것은 나에겐 제일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남편은 참 꾸준한 사람이다.

무언가 마음 먹으면 중간에 엎는 법이 없다.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

내가 언제든지 계획을 수정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안 보이면 목표마저도 수정하는걸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남편은 어떻게든 자기가 정한 목표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성격이다. 꾸준해서 목표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쌓인 성공의 경험들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이다. 반면 나는 늘 그렇지 못했다.


 남편의 그런 꾸준한 모습이 좋아 보여 남편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지만 남편과 내가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서부터는 굳이 남편의 모습을 쫓아가느라 스스로를 채찍질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그 꾸준함이 참 부러울 때가 많다. 남편의 취미는 드럼인데 고등학생 때부터 드럼을 쳤다.  몇 년 전에는 밴드를 만들어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지금도 여유가 생기면 혼자 드럼을 치러 간다. 남편은 드럼을 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나도 남편의 드럼처럼 순수하게 즐길 수있는 무언가를 갖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제대로된 취미 하나 갖지 못한 게 바로 이 꾸준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스스로도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끈기도 부족하고 체력도 좋지 않은 내가 꽉 찬 하루 중에서 시간을 쪼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볼까, 저녁에 조금 늦게 잠들까 생각하고 몇 번 도전해봤지만 그 다음날의 여파가 실로 어마어마해서 이틀만에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들로 나를 지치게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잠을 줄이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많이 보다는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  내가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는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나는 내가 지치지 않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 위해 내 하루일과를 먼저 정리해 보기로 했다.

아침 7시 집을 나서고 한시간 후 아슬아슬하게 회사에 도착한다. 메일을 체크하고 그 날 할일을 정리한 후 회사 근처 카페에 가서 헤이즐넛 라떼를 사들고 다시 자리에 앉으면 업무 시작이다.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6시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는 보통 책을 읽거나, SNS 를 구경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집에 가서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와 같이 블럭놀이나 인형놀이를 하다가 밤 10시가 되면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어주고 잠자리에 든다. 우리 딸은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자는 편이라 아이가 잠든 후 시간을 내는 것은 정말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고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아이를 일찍 재우는데 나도 모르게 혈안이 되버려서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를 울리며 재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아이와 함께 순간순간을 즐기는 시간으로 남겨놓았다. 아이와 신나고 놀고 함께 잠드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끝이 난다.  주말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다같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 근처 까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이와 공원이나 놀이터를 가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집근처 쇼핑몰이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내 일상은 매우 단조롭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약속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일상이 단조로운지도 모르겠다.  특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시간은 거의 고정적인데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2시간, 회사에서의 8시간, 점심시간 1시간 반, 그리고 아이와 보내는 저녁의 4~5시간으로 나뉘어 진다. 


주말에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더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도 있겠지만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주말까지 엄마를 위해 시간을 양보해달라는 것은 너무 미안해 주말은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의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보니 이제는 내가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꽉 찬 듯한 하루 속에서 조금씩 남아있는 빈틈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절히 끼워 넣는 것.

 

내가 찾은 시간은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2시간과 점심시간 1시간 반, 그리고 아이와 보내는 저녁시간 중 아주 잠깐의 틈이다.


내가 해야하는 일만으로도 벅차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

조금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고 싶어서 하는 것들. 그것들을 하는 것이 나에게 짐이 되질 않길 원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나다.


꾸준히 하되 의무나 책임이 되지 않도록.

내가 좋아서,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작고 소소한 시간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삶과 함께 쌓일 수 있도록.나에겐 많이보다 꾸준히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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