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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Nov 17. 2019

오늘의 책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읽기


책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초등학교 일학년 처음 가졌던 꿈이 작가였고 대학교 때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할 때도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때론 현실도피용으로, 때론 어떤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그렇게 나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서점이나 북카페를 열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처음 떠오른 대답이 책이었다. 책은 외향적이지도 않고 활동적이지도 않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내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장 필요한 영어공부나 전공공부 할 시간도 부족한데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있어도 되는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취업 후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 또 한동안 책을 멀리한 시간도 있었다.  그래도 역시 어렸을 때 습관을 벗어날 수가 없는지 고민이 깊은 밤이나 무언가 집중하고 싶을 때는 책을 꺼내 들곤 했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일년 동안 했었는데, 그때가 가장 책을 적극적으로 읽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항상 초조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아이를 키우며 조금 안정을 찾기도 했었고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다보니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밤잠을 잘때는 나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보낼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생겼었다. 그래서 아이가 잠을 자는 시간에는 보통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곤 했다. 육아휴직을 했던 일년 동안 세 네 군데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나서는 책을 읽는 일마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오전과 낮에는 회사에,저녁에는 가족에게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나를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정말 사치처럼 느껴졌다. 


복직 후에도 노력을 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 동안 일년의 책 몇권 읽기 같은 목표들을 세우곤 했는데 전부 다 실패로 돌아갔다. 그 목표를 채우기 위해 자기 전 30분 졸린 눈을 겨우 뜨고 책을 읽어본 적도 있고, 출퇴근 길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출퇴근길 독서에 도전해 본적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무겁다는 핑계로 출근 직전 책을 가방에서 꺼내길 반복하다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내 삶 속에서 책을 읽기 위해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과 방법을 찾는게 중요했다.

내가 찾은 시간과 방법은 바로 출근길 지하철 안,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것이었다.

편도 1시간 정도의 거리, 무언가 공부하기에는 애매하고 유튜브나 SNS로 시간을 보내기엔 아쉬운 바로 그 시간. 이전에도 출퇴근길에 책을 읽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두꺼운 코트만 입어도 어깨가 아파오는 사람이라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들고 다니는 편인데 이 때문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려면 항상 얇은책을 찾아다녀야 했다. 조금 두꺼운 책이라도 읽는 날에는 가방을 메다가 출근 직전 가방에 들어있던 책을 식탁위에 꺼내놓고 출근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생각하게 된 건 전자책이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어서 몇년 전 세계문학전집 세트와 함께 크레마 카르테를 구입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전자책을 잘 갖고 다니지 않았는데 세계문학전집보다 새로 나오는 책들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작년까지는 전자책보다는 역시 종이책이지 라는 마음이 더 강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을 알게 되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고전뿐 아니라 신간도 많이 있어서 아직도 보고 싶은 책이 많다. 크레마를 갖고 오지 않은 날에도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쉽게 볼 수 있어 꾸준한 독서습관을 만드는데 꽤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하나 바뀐 독서 습관 중 하나가 서평 쓰는 방법이다.

작년까지 나는 책을 다 읽으면 노트나 블로그, 브런치에 서평(느낌점 위주의 독후감일 떄가 많지만)을 남기곤 했는데 서평을 남기기 전에는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남기지 않으면 내 안에 남지 않고 휘발되어 버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아쉬움이 커서  책을 읽으면 꼭 무언가 남긴다 라는 나만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서평을 남기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들만 하나씩 SNS에 남기고 있다.

퇴근길 지하철 안이나, 남편이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10분정도의 시간에 내 마음을 울렸던 한 문장 한 문장들을 남기곤 한다. 물론 이전처럼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점을 남기고, 그런 것들이 참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나를 지치지 않게 하는 거니까.


거창하지 않아도,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 못해도 그것들이 내 안에 뿌리내려 언젠가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한 동안은 의식적으로 책을 멀리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책을 읽어도 되는 여유있는 삶'이란 오지 않았다. 나는 항상 바빴고 항상 초조했고 미래는 항상 막막했다. 

그리던 어느 순간 굳이 내가 왜 책읽는 걸 나중으로 미뤄야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내 인생의 즐거움을 미뤄두는 일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오늘의 책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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