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가계부의 의미

보편적인 슬픔, 절망, 위로, 그리고 치유

by 열매 맺는 기쁨

가계부를 쓴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그녀는 여전히 돈에 어설프다. 녀가 쓰는 가계부는 좀 특별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계부에 숫자는 안 쓰고 좀 엉뚱한 짓을 했다.


그녀가 잘 못하는 숫자일랑 때려치우고 잘하는 걸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녀가 잘하는 것은, 머릿속 시나리오의 세계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가계부는 시작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현실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자주 옷을 뒤집어 입거나 거꾸로 입는 것처럼 가계부를 쓸 때 좀처럼 숫자에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일상을, 과거를, 사람들을 찬찬히, 아주 찬찬히 바라보며 기록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앞에 놓인 글들은 자신이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글이었다. 그저 글을 따라가다 보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였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지.


그렇게 그녀는 가난과 수치의 역사를 마주했고 지난 허물을 고백했다. 어떤 날엔 어리석었던 그녀 자신과 화해했고, 상처를 주고 떠난 이들을 용서 또는 이해했다. 뜬금없이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는가 하면, 소설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 마가 됨을 기뻐하고 감사했다.


그녀는 글로써 치유를 경험하였다. 그녀는 혐오스럽던 그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만천하에 꺼내놓고 외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그녀를 안다고, 사실 그녀는 나 자신이라고.


그것은 쉽지만은 않을 길이었다. 이미 그녀는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였기에, 자신을 아는 것이 욕심이나 사치처럼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을 공유한다는 것은 타인의 거절과 오해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해냈다. 글이 그녀를 이끌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나는 누가 너를 오해하던지, 거절하던지 간에 네 안에서 나와 세상으로 가야겠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녀 안의 말들을 쏟아다.



그렇게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되기로 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그리고 알다시피 그녀의 일상은 특별한 게 없었다. 누구나 사는 보통의 삶이었다. 그녀의 슬픔도, 절망도 그러했다. 그러니 그녀의 치유도 그러할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제가 알게 된 인생의 비밀을 당신에게만 알려드릴게요. 내 말 좀 들어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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