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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May 29. 2022

30대 여자에게 친구란

나는 지금 쉬어가기중

결혼 이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즐겼던 저녁은 가족과 투닥거리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 시기에 출산을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전에 말하던 “모임” 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으니까.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퍽이나 만족스러웠다. 그전에는 신나게 놀고와도 헛헛했던 마음이 늘 안정되었으니까.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시기에, 마침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 가정이 생긴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날이 따땃해지며, SNS에 다시 축제와 모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오랜시간 나와 함께 해왔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항상 나는 그 무리 사이에 있었는데, 이젠 모임의 여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결혼과 출산 후 어거지로 나를 그들에게 맞추던 순간이 있었다. 그전의 나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똑같이 행동하려했고, 만남에 있어서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나도 모르는 새 아이가 나의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니가 아이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일하는 것 같아”


유치원 선생님인 친구가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이전처럼 나의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었고, 그 삶이 아이와 가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치만 ‘혼자일 때의 나’ 를 아는 친구들에게는 그게 꽤나 당황스럽고 나의 힘듬과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지루할 뿐이었다.


복직을 하고 드디어 나는 오래된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지 않기로 ‘선언’ 했다. “내 삶이 바뀌었고, 그 얘길 하고 싶을 뿐인데 그게 너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느 모임에도 빠지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오히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만나게 되는 나의 서투르고 막나가던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마주하는 친구들의 모임과 즐거움을 마주할 때면 약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이제는 오래된 친구들이 연락올 때는 둘 중 하나다. 결혼소식을 알리거나, 결혼에 관한 조언이 필요할 때. 그리고 결혼을 하게되고 심지어 아이를 낳게되면 언제 데면데면했냐는 듯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씁쓸함을 느끼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내가 금요일 밤을 과식한 아이의 토를 치우는 동안 파티를 즐기는게 부러워서? 너희도 이건 한때일 거라는 꼰대같은 생각? 확실한건  친구들과도 미래의 어느순간은  인생의 굴곡점이 마주치고,  어느 순간에는 웬수처럼 다르게  수도 있다는 .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친구 관계가 결국 나뉜대”


30대가 되며, 내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친구 관계의 변화’ 를 결국은 나도 내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언젠가 또 인생의 변곡점이 오게 되면 언제 멀어졌냐는 듯이 가까울 수 있는거겠지. 세상의 더도없이 절친했던 관계도 웬수보다 더 못하게 끊어낼 수도 있겠지. 내 친구관계는 지금 ‘쉬어가기’ 중이다.







이전 24화 이번 연말 모임은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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