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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Oct 12. 2022

30대의 경조사의 의미

결혼식을 다녀와서

10월에는 결혼식이 참 많았다. 청첩장을 받은 것만 해도 4개. 남편의 것까지 합하면 더 많다. 코로나와 육아로 미뤄왔던 결혼식 참여를 오랜만에 해보았다. 미혼일 때에는 몰랐던 결혼식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의 결혼식은 참으로 대충대충이었다. 나는 애초에 <결혼식>이라는 형식이 싫었다. 남편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나나 남편은 굉장히 보수적인 부모님을 두었다. 결혼식 생략이나 스몰웨딩은 전혀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대중교통이 가까운 곳에 취소 자리가 난 결혼식장을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웨딩드레스, 한복 등 모든 절차는 나에겐 그냥 “퀘스트”였다.


나의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도 고맙긴 했지만 솔직히 하객들에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결혼을 일찍 한 나와, 결혼을 다소 늦게 한 남편의 하객이 모두 신기한 마음에 많이 참여해줬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밥 값을 많이 쓴 것, 나중에 축의금을 돌려줘야 된단 생각이 더 컸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참여해본 결혼식은 정말 힘들었다. 아이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엄청나게 사람이 많은 결혼식이었다. 한 시간 정도의 결혼식에 나와 남편과 아이는 완전히 진이 빠져버렸다. 사실 연휴 동안에도 회복이 안되었다.


누군가의 경조사에 참여한다는 건 그들의 ”시간“을 내달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내는 “에너지” 는 참석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 에너지들이 모여 한 부부의 일생을 축하해주는 일이라니.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었다.


그토록 다들 결혼식장의 위치와 식사와 그 모든 것을 걱정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이제까지 나는 정말로 허례허식의 끝판왕이 결혼식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 준비과정부터 당일까지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결혼식에 쏟는다.


그렇게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쏟아 감사의 의미를 건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충분한 감사의 인사를 건넸나 싶다. 회사 사람들에게도 고작 답례품으로 인사를 하는 게 충분했나 싶다.




4년 전 나의 결혼식에 와준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아 나는 참으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순간에는 진심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다. 그저 봉투를 주고받는 것의 형식에만 부정적인 의미를 담았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장례식도 별반 다르지 않고.


경조사의 의미가 예전보다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그들의 행복과 슬픔을 한 순간이라도 진심으로 빌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감정의 조각들이 모여 나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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