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을 하는 친구 덕분에 모임을 갖게 되었다.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밀려있던 근황과 고민을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다.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즐거울 수 있구나 싶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임에 대해 굉장히 회의감을 느끼곤 했다.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 조금 찝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던 걸까. 단순히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났을 때는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였다.
만나기만 하면 남의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누구 친구의 험담. 회사에서의 이상한 상사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등등. 나 자신보다 남의 이야기가 모임의 주제였던 적이 많았다. 특히 대부분의 남의 이야기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푸는 주제로 남의 나쁜 이야기를 불태워내고 나면 꼭 나의 마음속에 새까만 잿 덩어리가 가라앉은 것 같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이기에 남의 이야기가 끼어들 여력이 없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것을 떠나서도 서로의 근황, 요즘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로 이야기를 채우고 나니 다시 사회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몰랐었던 세계의 이야기도 신기하고, 그 사이 성장한 친구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확실히 ‘나’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니 모임이 즐겁다.
나이가 들고 생활이 달라질수록 친구를 만나기가 더욱 힘들다. 하지만 요즘은 SNS로 근황은 대략 다 알고 산다. 그러니 모임을 자주 하지 않아도 이미 연결은 되어있다. 그렇다면 시간을 내어 귀중한 시간에 모임을 한 자리에서 굳이 남의 이야기로 그 시간을 채울 필요는 없다.
서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힘듬은 도닥여주고, 고민은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