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쉬어가기중
결혼 이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즐겼던 저녁은 가족과 투닥거리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 시기에 출산을 한 탓도 있을 것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전에 말하던 “모임” 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으니까.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퍽이나 만족스러웠다. 그전에는 신나게 놀고와도 헛헛했던 마음이 늘 안정되었으니까.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시기에, 마침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에게 가정이 생긴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날이 따땃해지며, SNS에 다시 축제와 모임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오랜시간 나와 함께 해왔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항상 나는 그 무리 사이에 있었는데, 이젠 모임의 여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결혼과 출산 후 어거지로 나를 그들에게 맞추던 순간이 있었다. 그전의 나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똑같이 행동하려했고, 만남에 있어서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나도 모르는 새 아이가 나의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니가 아이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일하는 것 같아”
유치원 선생님인 친구가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이전처럼 나의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었고, 그 삶이 아이와 가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치만 ‘혼자일 때의 나’ 를 아는 친구들에게는 그게 꽤나 당황스럽고 나의 힘듬과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지루할 뿐이었다.
복직을 하고 드디어 나는 오래된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지 않기로 ‘선언’ 했다. “내 삶이 바뀌었고, 그 얘길 하고 싶을 뿐인데 그게 너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느 모임에도 빠지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오히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만나게 되는 나의 서투르고 막나가던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마주하는 친구들의 모임과 즐거움을 마주할 때면 약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이제는 오래된 친구들이 연락올 때는 둘 중 하나다. 결혼소식을 알리거나, 결혼에 관한 조언이 필요할 때. 그리고 결혼을 하게되고 심지어 아이를 낳게되면 언제 데면데면했냐는 듯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씁쓸함을 느끼는 이유는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금요일 밤을 과식한 아이의 토를 치우는 동안 파티를 즐기는게 부러워서? 너희도 이건 한때일 거라는 꼰대같은 생각? 확실한건 이 친구들과도 미래의 어느순간은 또 인생의 굴곡점이 마주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웬수처럼 다르게 갈 수도 있다는 것.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친구 관계가 결국 나뉜대”
30대가 되며, 내가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친구 관계의 변화’ 를 결국은 나도 내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언젠가 또 인생의 변곡점이 오게 되면 언제 멀어졌냐는 듯이 가까울 수 있는거겠지. 세상의 더도없이 절친했던 관계도 웬수보다 더 못하게 끊어낼 수도 있겠지. 내 친구관계는 지금 ‘쉬어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