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말고, 강릉 사람처럼
오늘은 아침 기온이 24도 안팎으로 시원하고 비는 아직 오지 않는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후 마당에 놓인 그네에 앉아 커피와 브라우니로 식사를 하고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책을 읽었다. 해가 나지 않아 눈이 부시지 않아 좋았고, 가끔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해서 더 좋았다. 클로이가 이리저리 마당을 누비다가 더 멀리 나가 보고 싶다거나,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거나, 그도 아니면 간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낑낑댔지만 그때마다 대응하지 않고 독서에 집중해 보았더니 결국은 저 나름 편안한 자리와 자세를 찾아서 쉬었다.
점심은 강릉 주민인 집안 어른의 추천을 받아 진고개라는 동네 식당에서 먹었다. 한우국밥이라고 부르지만 서울에서는 넉넉히 곰탕이라고 부를만한 음식이었다. 뽀얀 국물에 이런 저런 부위의 쇠고기와 대파가 들어있고, 공기밥은 따로 나왔다. 국밥이라고 하면 보통 고기뿐만 아니라 말린 배추나 시래기가 들어있는 국을 밥 위에 부어 주는데, 강릉의 국밥은 매우 달랐다. 요즘 급등하는 물가를 반영한 듯 가격표를 수정한 흔적이 보인다. 새로운 가격이 만원. 지금까지 주로 식사를 해변의 식당에서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게 느껴진다.
점심 식사 후에는 가까운 안목 해수욕장을 찾았다. 능숙하게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모래 위에 돗자리와 비치 타월을 겹쳐서 두툼하게 깔고 앉았다. 파도가 거세고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해수욕 하는 사람은 없고 멀찍이 서서 구경하는 사람뿐이다. 물에서 꽤나 떨어져 앉았는데도 가끔 포말이 얼굴에 튄다. 바람이 차서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다행히 엉덩이 밑에 모래가 따뜻하다. 여름 바다는 언제든지 달려오기만 하면 바로 첨벙 뛰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실감한다. 하지만 나는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에도 강릉에 있을 것이므로 특별히 안타까울 것이 없다. 떠나기 전에 하루쯤은 바다에 들어가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당 그네에 비치 타월을 두툼하게 깔고 오전에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