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아침 5시 30분. 찻물을 끓일게요.
지잉-
휴대폰 진동벨이 울렸어요. 낯설어요.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통화가 오랜만이에요.
최근 통화목록에는 받지 않은 스팸 전화들과 사흘 전쯤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찍혀있어요.
지난 한 달 동안 전화를 잘 안 받고 안 걸었더니 이렇게 되었어요.
그래도 마음은 평온해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면요, 상실에 대한 책탑을 쌓아두고 읽어요.
TV는 안 켜요. 출퇴근길엔 음악도 안 들어요. 음악 대신 녹음해둔 할머니 목소리를 듣고, 예능 대신 할머니와 함께 찍은 영상들을 봐요. 참, 한동안은 남은 이들을 인터뷰한 미국 CNN 앵커의 팟캐스트를 수없이 반복해 들었네요.
방 안 협탁엔 표지가죽이 벗겨진 할머니의 성경책이 펼쳐져있어요. 지렁이처럼 기어가는 할머니의 빨간 볼펜 밑줄을 보며 묵상을 해요. 책탑에서 한 권을 꺼내 침대로 가져온 뒤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문득 얹혀있던 감정조각 하나가 툭- 떨어져나와 가슴을 두드리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펴고 글을 토해내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감정의 살타래를 끄집어내요.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요. 마지막 순간, 애도의 골든타임을 놓치며 자꾸만 늘어나는 상실의 고통을 빠짐없이 기록해두고 싶어서요. 내가 누군가의 글을 통해 이별 후의 삶을 간접 경험하며 위로를 얻었듯, 내 이야기 역시 다른 이에게 작은 토닥임이 되길 바라서요.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감정, 직접 경험했기에 나눠줄 수 있는 정보. 이런 것들을 월, 수, 금요일에 공유하려고 해요.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잠을 깨우고 키보드를 두드려보려구요. 아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수영을 할 자신은 없어서요.
할머니가 안 계신 시간과 공간은 여전히 낯설어요. 잠에서 깨면 그걸 실감해요. 그래서 몸을 일으킬 기운이 나지를 않나 봐요. 고요한 아침, 슬픔의 티백을 차분히 우려내며 뻥 뚫린 심장을 할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채우면,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조금은 생길 것 같아요.
소제목은 이별의 잔, 추억의 티백, 슬픔의 향이에요.
이별의 잔에는 상실 후 겪는 여러 감정과 혼란을 적으려고 해요.
추억의 티백에는 할머니와 함께 한 추억들을 곱씹으며 즐거운 기억을 불러올 거예요.
슬픔의 향에는 식탁에 쌓아둔 ‘상실의 책탑’에서 건져올린 문장들과 읽으며 든 생각들,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남기려고 해요. 일종의 독후감이지요.
제가 슬픔의 티백을 우려내는 동안 댓글로 당신의 이야기를 함께 우려내주셔도 좋아요.
이곳에선 누구라도 작은 토닥임을 주고받았으면 해요. 더디지만, 차츰, 치유될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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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셀스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