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강아지와 함께한 여행
안녕하세요!
다솜이와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계획했던 분량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오늘부터는 파트 3으로 들어가서, 다솜이와 여행을 다니며 있었던 일화/생각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다솜이와 참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 ^^
오늘은 다솜이의 '부동산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발행이 안 되는 오류로 인해 '금요일' 발행을 하게 되었네요ㅠㅠ
연재요일을 처음으로 지키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주부턴 다시 목요일 컴백!)
다솜이에게는 3대 욕구가 있다. 식욕. 수면욕. 부동산욕.
음. 이런 것도 '부동산'이라 칭하는지 모르겠지만, 다솜이는 부동산 욕심이 있다. 자신의 공간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사수해 내는 것이다. 때로는 전혀 그런 곳에 공간이 있는지도 몰랐던 곳을 발굴해 내고 점령하기도 한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아무리 찾아도 다솜이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곳저곳 뒤지고 다니다 보면 구석진 데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넣어둔 수납박스 안에서 배시시 웃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수납박스가 다솜이 키의 두 배는 되는데, 어떻게 기어 올라갔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자리에 수납박스가 있었던가?' 생각하며 "다솜아, 거기 어떻게 들어갔어?" 하곤 다음부터 편히 올라갈 수 있도록 받침대 될만한 것을 옆에 놓아두곤 했다.
또, 소파의 왼쪽 자리는 늘 다솜이의 자리였다. 부동산 임대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닌데, 어찌나 당당한지! 가끔 나도 모르게 왼쪽 자리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 불편한 표정을 한 다솜이가 비키라고 눈치를 주기 일쑤였다.
다솜이의 부동산욕은 집이 아닌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솜이는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주말엔 교외로 나들이를 다니고,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부모님이 사시는 지역에 내려가기도 했다. 또 짬이 날 때마다 강아지 동반여행을 다니곤 했으니, 다솜이는 '프로 여행견'으로 불릴 법도 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자신만의 부동산(쉴 공간)을 찾아내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다솜이의 부동산욕은 여행지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에서도 어김없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자동차일 것이다. 다솜이를 처음 만난 날, 집으로 오던 차 안에서 쉬지 않고 짖었던 일화를 밝힌 적이 있다. 두통이 올 만큼 차 안을 쩌렁쩌렁 울리던 목소리 때문에 다솜이가 차를 잘 타지 못하고 불안해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러나 생활이 안정되어 가면서 다솜이는 멀미 한번 없이 차도 잘 타게 되었다.
나와 단 둘이 이동을 할 때면, 조수석에 다솜이 전용 카시트 쿠션을 단단히 고정해 두고 다솜이를 옆자리에 태웠다. 다솜이는 쿠션에 편하게 기대어, 운전하는 나를 보기도 하고, 창 밖을 구경하기도 했다. 번듯한 자신만의 자리가 있으니,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여럿이서 차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는 조금 난감해진다. 가족여행을 가거나 단체로 이동할 때면 다솜이가 좋아하는 외출용 가방을 이용했다. 카시트는 부피가 커서 다솜이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한 사람이 앉을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솜이는 주로 뒷좌석에 사람들과 함께 앉아갔다.
그런데, 사실 다솜이도 한 사람만큼의 자리를 차지한다. 자신만의 부동산을 중요시하는 다솜이는, 가족들의 무릎 위에 올려두거나 발 밑에 내려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강아지도 자신만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아지니까! 뒷좌석까지 사람이 모두 타더라도, 꼭 한 좌석을 마련하여 다솜이의 가방을 놓아두어야 했다. 그러면 다솜이는 폴짝 올라타서 "여긴 강아지 자리!"라고 주장하듯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얌전히 여행을 했다.
우리 가족만 타는 자동차에서는 이해가 된다 해도, 대중교통에서는 다솜이의 이런 부동산욕구가 제법 난감해진다.
우리는 부모님을 만나러 자주 KTX를 타고 다녔다. 처음엔 서툰 운전솜씨로 휴게소마다 쉬어가며 직접 운전을 해서 다녀왔다. 그러다 운전하는 것보다 시간도 짧게 걸리고 피로도도 덜한 KTX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다솜이와 함께!
다솜이의 기념비적인 첫 KTX탑승은 엄마와 함께했다. 그날도 바리바리 짐을 싸고 외출용 가방을 꺼내니, '여행 가는구나!'를 알아차린 다솜이가 폴짝 가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나와 엄마가 나란히 좌석을 예매한 KTX. 다솜이를 태운 가방을 내 발 밑에 두고 간간히 지퍼를 조금씩 열어 다솜이의 상태를 살폈다. 기차를 처음 타는 것인데도 다솜이는 괜찮아 보였다. 허리를 굽혀 지퍼를 살짝 연 나를 보며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돌연 틈이 생긴 지퍼 사이로 고개를 비집고 나오려는 게 아닌가!
다급하게 막아보려는 내 손에 간신히 다솜이의 꼬리가 잡혔다. 다솜이의 탈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엄마는 "다솜이는 자기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바닥에 두니까 심술이 났나 보다"며, 2인석 사이의 손잡이를 위로 올리고 다솜이를 가방째 엄마와 나 사이에 앉혔다. 비좁긴 하지만 사람과 똑같이 자리가 생긴 다솜이는 더 이상 탈출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 혼자 다솜이를 데리고 KTX를 탈 때면 다솜이의 좌석표까지 끊게 되었다. 강아지는 사람 아이보다도 훨씬 작은데 성인표를 끊어야 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넓은 자신만의 공간에 앉게 된 다솜이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애교를 부려댔다. 비싼 값을 치렀지만.. 기분 좋은 다솜이를 보는 일은 늘 즐거운 일!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다솜이의 부동산은 누나가 지켜줄게!